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도 요직이긴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실 다지기가 시급하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현대산업개발은 신임 사장에 김재식 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신임 사장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1978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1993년부터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한 정통 '건설맨'이다. 법무감사실장, 영업본부장, CFO 겸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올해 각자 대표로 선임돼 조기 흑자전환을 이끌어내며 위기관리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건설도 작년 6월 임병용 당시 CFO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 사장은 최근 GS그룹이 단행한 2015년도 임원 인사에도 대표이사 사장(CEO)를 유지했다. 1991년 LG구조조정 본부에 입사한 임 사장은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을 모두 합격한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임 사장이 유임된 것은 올 들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GS건설의 올 1~3분기(1~9월)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759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지난해 8272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 역시 흑자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3분기(7~9월)의 경우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8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3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에 부임한 황태현 사장은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담당 상무와 전무이사를 거친 전통 재무통이다. 2004년 포스코건설로 건너와 2009년까지 CFO를 역임했다. 연말 포스코의 정기인사가 예정됐지만 기업공개(IPO) 이전에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끌어내라는 권오준 그룹 회장의 부름을 받은 만큼 황 사장이 계속 건설부문 수장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건설사 재무통의 득세는 시대적인 요청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회사 경영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안살림을 담당한 최고재무책임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동부건설은 이기 전 동부발전당진 부사장을 신임 CFO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2011년 동부발전당진에서 CFO로 재직하다 지난달 동부발전당진이 SK가스에 매각되면서 3년여만에 동부건설로 컴백하게 됐다. 동부건설은 내년에도 800억원이 넘는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이번 CFO 교체도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고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내실을 우선적으로 다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재무형이나 관리형 CEO들이 중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