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대기업 인사철이 돌아오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각 자동차 브랜드의 법인차량 세일즈맨들이다.
승진하거나 새롭게 자리를 옮기는 임원들은 업무용 차량을 구입하고, 기존에 있었던 임원들은 차량을 다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상무 이상 임원들에게 각 직급별로 배기량에 따라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의외로 전무급 이하는 업무용 차량이 지급되지 않지만 부사장 이상부터 차량과 함께 개인기사가 함께 지원된다.
임원을 처음 다는 이사나 상무급은 보통 현대차의 그랜저나 기아차의 K7, 르노삼성의 SM7노바, 한국지엠의 알페온 등이 지급된다. 모두 배기량 3000cc 미만의 트림이 있는 모델들이다. 배기량이 작은 모델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델 수로 따지면 상위 임원들보다 선택의 폭은 넓은 셈이다.
처음 임원을 달고 업무용 차량을 제공받는 만큼 개인의 취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되는 차급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무난한 선택이 현대차 그랜저라면 K7이나 SM7 등은 차별성을 중시하는 임원들에게 선택을 많이 받는다. 한국지엠의 알페온은 현대차 등 다른 모델에 비해 많은 수요는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임원용 차량판매가 지속되고 있다. 쌍용차 체어맨 H 500s도 3000cc 미만 모델로 초임 임원들의 선택을 받기도 한다.
보통 운전기사가 없이 본인들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뒷좌석 보다는 오너드라이버로서의 기능이 얼마나 좋은지가 주 선택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랜저는 지난 2013년 12월7694대, 지난 1, 2월에는 각각 8134대, 7496대가 팔리며 법인수요 효과를 누렸다.
최근에는 현대차에서 아슬란을 출시하면서 상무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임원용 차량의 폭이 더 넓어졌다.
지난 10월 출시된 아슬란은 2999cc의 3.0 모델과 3342cc의 3.3 모델 두가지 트림이 있어 상무급이나 전무급 모두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가 출시 이후 처음으로 임원용 차량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아슬란에 대한 상무급 임원들의 관심도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출시 당시에도 상무급 임원을 겨냥해 직접 운전할 때 편안한 전륜 구동의 정숙한 세단임을 강조했다.
◆ 전무·부사장급
전무와 부사장쯤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차급이 높아진다. 기업별로 운전기사를 함께 지원하기도 하기 때문에 본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과 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에서 주로 이용하는 차량이 혼재된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K9, 쌍용차 체어맨 W 등이 전무나 부사장급 임원들이 주로 애용하는 업무용 차량이다. 3000cc가 넘는 르노삼성의 SM7 3.5 모델도 선택지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경우 전무 이상급 임원부터는 현대차 제네시스가 임원용 차량으로 지급된다.
K9이나 체어맨 W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상급 임원을 모시고 있는 전무나 부사장들은 상대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 사장급 이상
기업의 CEO인 사장이나 회장급에서는 각 브랜드의 최상위 차종인 플래그십 모델이 주 선택지다.
현대차의 에쿠스, 기아차의 K9, 쌍용차의 체어맨 W 등이 그 대상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수입차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와 많이 달라지면서 굳이 국산 자동차를 고집하지 않는 CEO들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수입차를 업무용 차량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본적으로 에쿠스를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하면서 제네시스와 K9을 번갈아 이용하며 홍보 효과를 얻기도 한다.
삼성그룹도 과거 이건희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를 업무용차량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최지성 부회장이나 권오현 부회장 등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업무용차량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LG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를 업무차량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