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올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6년 전의 경우 경기 호황에 따른 수요 안정 차원에서 수입이 늘어난 데 비해 올해는 내수 불황·수출 둔화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내년 이후에도 철강업계는 물론 수요산업의 불황도 지속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2015년 이후 국가 경기 회복은 요원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중국산 수입량은 1228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7% 급증했다. 특히 비수기인 11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8%나 증가한 약 111만t에 달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08년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1431만t)에 근접할 전망이다.
6년 전과 올해의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경기 호황으로 건설·토목 경기는 물론 철을 주 재료로 활용하는 제조업 생산도 활발히 전개됐고, 이오 인해 국내 철강사의 생산물량 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하면서 가격이 폭등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철강재 수입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반면, 올해는 내수 침체 지속에 따른 건설·토목 시장 악화의 지속 속에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도 위축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판로가 줄어들어 가격을 낮추고 생산 중단 등 최악의 비용절감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의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1~10월 기간 중 한국의 철강재 명목소비량준 중국산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로 전년 동기대비 7%p 증가했다. 주요 품목별 중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H형강 29.6%, 봉강 29.2%, 선재 27.4%, 중후판 22.3%, 열연강판 16.7%에 달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은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10월 중국의 전 세계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한 7389만t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올해 전체 수출량은 90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중국 철강 시장가격의 하락으로 해외시장과의 가격차이가 확대돼 철강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철강은 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한국, 중동 등 지역으로 수출. 상기 3개 지역에 대한 수출량은 전체의 54%를 차지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미국에 대한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이상 증가했다.
일본 철강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이 저가로 수출되어 전반 국제 철강시장은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우리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을 위해서라면 국내업체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가격이 떨어진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을 막아야 하지만, 수요 산업의 업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자칫 물가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존 중소 민영 철강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중국의 철강재의 대한국 수출 구도가 대형 철강사들이 참여하는 등 중국 기업들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철강 전문 매체에 따르면 수도강철과 사강강철, 당산강철, 하북강철, 일조강철 등 중국 메이저 철강업체 10개사가 한국으로의 철근 수출을 위해 한국기술표준인증인 KS인증을 취득했거나 진행중이다.
그동안 ‘불량·짝퉁 제품’이라는 오명을 쓴 중국산 제품들이 품질에 있어서도 국내 업체와 동등한 대접을 받고 판매하겠다는 것인데, 메이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내년부터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