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1일 저녁 일본 장기 국채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 했다고 발표했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용등급 ‘A1'은 중국과 한국 보다 낮은 등급이라고 보도했다.
무디스의 일본 국채 신용등급 강등은 2011년 8월 이후 3년 4개월만이다. 무디스는 일본 재정적자의 삭감 목표 달성 가능성과 성장 전략의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금융시장의 엔시세가 급락했다. 1일 엔 시세는 달러당 119엔까지 하락했으며, 국제유가의 하락세도 이어지면서 엔저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끝없이 하락하는 엔
이날 엔저를 견인한 것은 국제유가의 하락이다. 미국의 WTI는 한 때 배럴당 64달러를 밑돌면서 지난 주말보다 2달러 떨어졌다.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의 하락폭은 40%에 달했으며, 향후 유가하락은 장기화된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엔저와 달러 강세의 주요인이다. 산유국 통화가 매도되면서 달러가 매수돼 ‘강한 달러’가 형성되면서 엔저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면서 내년 중에도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해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무디스의 일본 국채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나오면서 엔저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 일본 국채에 대한 해외투자 줄어든다
이번 무디스의 일본 국채 신용등급 강등은 해외투자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기관의 자지자본규제에 따르면 국채 등급이 ‘AA'일 경우는 국채 리스크를 제로로 여기지만, ’A'등급일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자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은 일본 국채의 매입을 꺼릴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일본은행(중앙은행)의 추가적 채권매입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 정부의 반응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무디스가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데 대해 “계속해서 국채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적절한 국채관리정책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또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아베 총리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했다”고 반박하면서 “2020년까지 재정을 건전화시킬 계획표를 작성 후 평가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