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국회가 12년 만에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처리 기한(2일) 내 처리하는 성과를 내자마자, 여야는 곧바로 바로 ‘입법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생살리기 130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다수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또 다시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일단 여야간 입법전쟁은 예산정국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연말 정국을 흔들 최대 쟁점 법안은 여야가 가장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3법’이다. 당정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수도권 재건축 조합원에게 주택 수만큼 새 주택을 주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을 3대 개정안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강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은 이들 부동산 3법을 ‘투기조장법’이라고 비판하며 전·월세 상한제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 등을 우선 처리할 것을 주장하며 부동산 3법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또한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을 허가하는 의료법 개정안, 외국인 카지노 활성화를 위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크루즈산업 육성 지원법 등 주로 투자활성화와 관련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가짜 민생법안’,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은 ‘선상 카지노 조장 법안’으로 규정하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신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한 간병부담 완화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도서구입비 세액공제법 등을 우선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안팎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연내 처리를 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과 야당이 요구하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국정조사를 주고받는 이른바 ‘빅딜’이 연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날 만해도 연계 처리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던 새누리당이 1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의 연계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 빅딜설에 대해 “정치라는 게 딜 아닌가”라며 여야가 주고받기식으로 현안을 처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2일 예정대로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문제가 여야 대표·원내대표 ‘2+2(연석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사자방 국조에 대한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이 빅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당정이 연내 처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조속히 성사시키려면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그동안 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 등 연계 처리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여당이 최근 청와대의 ‘정윤회 동향 보고’ 문건 보도 이후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이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연계 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실제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적지않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전제로 내걸며 연내 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제 사자방 국조와의 빅딜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그것(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 빅딜)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에 대해선 새누리당 내에서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당 입장은 앞서 밝힌 대로 사회적 협의체 논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9일까지 정기국회를 열며, 계류 법안 처리를 위해 기간이 부족할 경우 12월 임시국회를 곧바로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