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 이사회ㆍ사외이사 손본다…이 정도로 거수기·낙하산 뿌리뽑기는 '어불성설'

2014-11-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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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20일 입법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와 사외이사 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모범규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모범규준에서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들이 되레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범규준 정도로 국내 금융권의 최대 병폐인 사외이사의 거수기 문화와 낙하산 인사 등이 척결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많다. 

◆KB사태에 주총까지…급하게 마련된 모범규준

최근 금융권에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잇따라 제기된 데다 KB금융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글로벌분과 확대 연석회의에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고,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부터 모범규준을 본격 시행키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점도 감안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내년 주주총회가 3월인데 다음달 지배구조법이 통과되면 적용되겠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내년 정기 주총을 놓쳐선 안된다는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정작 거수기 문화와 낙하산 인사는 뿌리뽑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다 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까다로운 선임기준…오히려 발전 가로막을라

모범규준에 대한 금융권의 고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나친 사외이사 선임 기준이 오히려 회사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작 필요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김용범 국장은 "회의에서도 지적됐던 부분으로, 현재 은행의 경우 해당 은행에 1억원 정도의 예금이 있는 경우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며 "이같은 기준으로 볼 때 결격사유에서 벗어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전문성, 다양성, 독립성을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사외이사 단임제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1년마다 평가하는 것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은행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한 것은 매년 평가해서 연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평가를 위한 정보도 많지 않고 설혹 평가결과가 안좋더라도 연임을 거부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 임기를 단임제로 하면 연임을 위한 청탁 문제도 줄어들 수 있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모범규준이 거수기·낙하산 문화 뿌리 뽑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수기 문화를 뿌리 뽑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올바로 평가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박 교수는 "거수기가 되는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경영진과 너무 친해 포획되는 것"이라며 "둘째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인데 잘 알지 못하는 안건에 대해 논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임기도 단임제로 가게 되면 거수기는 줄어들고, 보다 실질적인 견제나 감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주주들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규준이 현행보다는 개선됐지만 주주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내용들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회사와 주주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거수기 문화와 낙하산 인사 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모범규준을 이행하는 것만으로 거수기, 낙하산 인사 등을 뿌리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사 자체적으로 투명하고 검증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이번 모범규준 시행은 소리만 요란했던 데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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