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행, 출판사·동네서점 너도 나도 '힘들다'

2014-11-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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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으로 책 자체에 대한 관심 하락 우려, 유통 구조상 문제도 산재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관련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그간 기대효과를 두고 찬반양론의 대립이 뚜렷했던 도서정가제 개정안(이하 도서정가제)이 21일 본격 시행된다.

정치권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제2의 단통법'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이해당사자인 출판사와 이번 도서정가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던 동네서점들조차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 도서정가제가 뭐길래?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어떤 종류의 책도 최대 1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출판사의 도서를 서점이 임의대로 가격을 내려 판매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간(新刊)일지라도 10% 이내의 현금할인과 마일리지까지 더해 최대 19%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특히 출간된지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이나 학습참고서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반값', '90% 땡처리'와 같은 비정상적인 마케팅도 횡행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2003년 도입 이후 '치외법권'으로 분류돼 온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 구입 도서도 예외없이 15% 이상의 할인을 적용할 수 없도록 포함시켰다.

◆ 빈틈 많은 제도, 현장 분위기는 '냉랭'

업계가 답답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출판사들은 연말로 예정됐던 상당수의 신간 출시를 내년 3월 이후로 연기했다. 도서정가제의 진행과정과 파장을 충분히 지켜보겠다는 계산이다. 끊임없이 신간을 선보여야 하는 출판사로서는 손해가 막대할 수 밖에 없다.

한 소형 출판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찮아도 지난 몇년 간 출판업계가 쪼그라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을까봐 걱정된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고충은 더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6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보고서를 통해 도서정가제에 따른 가격상승과 이에 따른 수요량 감소, 시장 위축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그렇다고 중소서점, 이른바 동네서점의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대형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들의 가격경쟁력과 물량공세에는 어느정도 제동이 걸렸지만 제도 자체에 빈틈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무료배송과 카드 제휴할인 혜택이 대표적인 예다. 무료배송과 카드 제휴할인 혜택은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도서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혜택을 찾아 나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위협을 느낀 기존 온라인 및 대형서점들이 잇따라 오프라인에 진출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예스24는 최근 신논현역에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달에는 인터파크가 서울 명동에 도서 대여점을 열었다. 기존 교보문고에 2011년 이후 중고서점 수를 늘리고 잇는 알라딘까지 '빅4'로 불리는 온라인 서점이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유통구조 자체의 문제도 존재한다.

동네서점들의 경우,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는 온라인 및 대형서점들과는 달리 도매업체를 통해 도서를 공급받는다. 한 단계를 더 커치다 보니 자연히 구매가격도 비싸다. 할인율이 고정된다고 실질적인 매출 상승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중소서점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서정가제가  오직 가격에만 집중된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 탈피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여건형성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보조와 같은 대안 마련 없이 정책입안과 실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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