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북미법인(HMA) 마케팅 책임자인 스티브 셰넌 부사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임을 결정했다. 그는 GM 캐딜락 브랜드에서 25년간 근무하다 지난 2011년 4월 크리스 페리 전 마케팅부사장 후임으로 현대차 북미법인에 합류, 마케팅을 총괄해 왔다.
셰넌 부사장은 미국 슈퍼볼 광고와 ESPN의 미국 대학 미식축구대회 중계 프로그램 스폰서를 맡는 등 현대차의 미국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공헌했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현재 셰넌 부사장 후임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사퇴 배경에는 현지 시장에서의 부진이 공통적으로 꼽히고 있다. 올 들어 현대차의 미국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1% 증가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시장 역시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의 축을 담당하는 지역의 마케팅 임원들이 줄줄이 사퇴 혹은 자리를 옮김에 따라 현대차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인력 수급은 물론 전략도 새롭게 짜야할 판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마케팅 조직이 새롭게 꾸려지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했다. 수입차가 연간 기준 20~30%씩 성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안방 지키기에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 7월 36.0%에서 9월 33.1%로 줄어들었다. 10월 들어 반등하기는 했지만 9월까지 1개월에 1%씩 점유율이 빠진 셈이다. 생산 물량 적체로 인한 영향이 크지만 고객을 사로잡지 못한 마케팅 부문에서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에서 마케팅 조직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현대차의 마케팅 조직을 이끄는 이들은 조원홍 전무(마케팅 사업부장), 정창원 상무(상용마케팅실장), 최명화 상무(마케팅전략실장), 김상대 이사(국내마케팅실장) 등이다. 사장급 임원이 없다보니 다소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조 전무는 다국적 전략 컨설팅 전문업체 모니터그룹코리아에서 지난 2010년 현대차로 건너온 인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마케팅 부문 강화 목적으로 할 때 발탁한 외부 핵심인재다. 최 상무 역시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와 LG전자, 두산그룹을 거쳐 지난 2012년 현대차로 적을 옮긴 이로, 현재 현대차 내 유일한 여성 임원이기도 해 상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최근 아슬란 등 신차 투입을 통해 고민이 많은 내수 시장에서의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조직에서의 큰 변화는 없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