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 직장인 박지훈(가명)씨는 작년에 가입한 주가연계펀드(ELF)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리가 낮은 적금 하나만 드는 것보다 자금을 나눠서 ELF를 함께 가입하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상품에 가입했지만 몇 개월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2%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시중은행들이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 역시 높은 ELF 등의 파생상품을 고객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이 소폭 증가한 데 반해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 판매는 크게 늘었다.
ELT와 ELF는 증권사가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기초로 만든 상품이다.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할 경우 대규모 원금 손실이 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한 시중은행의 창구 직원은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최근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고위험 상품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 강조할 뿐 원금 손실에 대해서는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박씨는 "은행 직원이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의 수익률이 높다는 설명만 했을 뿐 손실 위험은 나중에 서류 작성할 때 짧게 이야기한 것이 전부였다"며 "손실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내 실수지만 이를 대충 설명하고 넘어간 은행 측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시중은행 고객의 경우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이 많아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은행 창구 직원이 즉석에서 짧은 설명과 함께 권유하는 생소한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높은 실정이다.
오는 29일 시행 예정인 차명거래금지법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절세 목적의 비과세상품이나 가족 명의 통장 역시 가입 당시 사실상 은행측의 권유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은행들이 주가연계 상품을 적극 홍보하고 나서면서 예·적금 수요가 줄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금을 받아도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예·적금 유치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940조5770억원으로 지난해 말(898억2790억원)과 비교해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가계순저축률은 지난해 기준 4.5%로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