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액자없이 전시된 판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흑백의 수묵화처럼 발묵효과가 번지는 작품은 마음에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파문을 선사한다.
작가는 28년간 독자적인 동판화기법으로 '새벽'의 테마를 이어나가는 국내 판화계의 대표작가다. 독창적인 드라이포인트 기법과 노출부식 기법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에 따라 전통수묵화에서나 찾을수 있는 발묵효과가 압권이다.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강승희의 작품은 동양의 자연관에 기반을 둔 명상적인 세계와 더불어, 간결한 볼륨과 형태로 구성된 순수조형의 세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며 "강승희의 판화가 전통적인 부식동판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감흥을 보는 이에게 선사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의 조형 형식이 지닌 독자성은, 세잔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의 원형적 구조에 대한 탐구의 결과이자 풍경의 너머에 자리한 이상 세계를 표상하려는 작가의 의욕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성적으로 고독을 잘 타는 성격으로 '고독을 좀 아는 사나이'로 알려진 작가는 비움의 미학의 기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추억의 그리움과 쓸쓸한 고독감이 물씬 묻어나는 이번 작품은 모두 균등하게 작품값을 책정해 장당 100만원에 판매한다. 각 그림은 한정판 20장으로 작품을 구입하면 노화랑이 액자까지 제작해준다. 전시는 27일까지. (02)732-3558
▶동판화가 강승희=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홍익대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26회.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와카야마근대미술관, 오사카문화재단, 우크라이나 독립센터, 흑룡강성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제주 도립미술관, 성곡미술관, 중국 중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