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약발이 떨어지면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소강상태인 가운데 중개보수 체계 개편 논란으로 현지 공인중개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거래가 줄어든 데다 중개보수 요율 적용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발심이 커지면서 설상가상격으로 거래 동결 상태를 맞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 업체가 임시 휴무에 들어갔다. 공인중개사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당일 중개보수 개편에 반발해 개최한 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내 위치한 중개업소들은 ‘생존권을 사수하고자 집회에 참여한다’, ‘일방적인 국토교통부의 중개보수 개편을 촉구한다’ 등의 문구를 걸고 문을 닫았다. 사정이 있어 집회에 불참한 공인중개사들만 점포 불을 끈 채 조용히 영업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우리공인 정대로 대표는 중개보수 인하를 앞두고 거래절벽 우려에 대해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거래하면서 몇십만원을 아끼겠다고 거래 자체를 미루지는 않는다”면서도 “이전에도 상한선인 0.9%를 받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0.5% 이하로 중개보수를 한정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미 정부의 중개보수 개편안이 시장에 통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정부의 중개보수 인하에 대해 공인중개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 절차 뿐 아니라 법적인 책임까지 지고 있는데 지금도 너무 많은 중개보수를 받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부가세 부담까지 더해졌는데 무조건 요율만 낮추니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고 주장했다.
주공2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아파트 거래가 이미 얼어붙은 상황이다. 중개보수를 인하한다고 거래가 지연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아파트로 돈을 벌수 있다는 기대감이 완전히 꺾여 앞으로도 시세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중개보수 인하 논란 외에도 9·1대책 발표 이후 반짝 증가했던 거래가 급감하는 ‘거래 절벽’ 현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현재 시세는 8억6000만~8억7000만원 선으로 대책이 발표됐던 두 달 전보다 3000만~4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9㎡는 9월에만 해도 8억원 후반대에 시세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8억원대가 붕괴됐다. 개포주공2단지 전용 25㎡는 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4억6000만~4억7000만원 선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4억4000만원 선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정부가 중개보수 체계 개선에 대해 업계 입장을 받아들여 조속히 마무리 짓고 시장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협회에서 제안하는 고정요율을 적용하면 이해도 쉽고 차라리 마음도 편하다”며 “재건축 이주시기 등 사업 추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