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세계 질주'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 대표 기업 중국남차(南車)가 최근 ‘중대한 일’을 이유로 주식거래를 잠정 중단하면서 중국 증시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27일 중국 고속철 양대산맥인 중국남차와 중국북차(北車)의 거래가 중단되자 시장은 두 거물급 기업의 인수·합병을 점치며 막강 국유 ‘공룡’기업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어 29일 중국 국무원이 두 기업의 합병이 확정됐고 합병방식 등 절차 및 조건 합의에 나설 것이라 밝히면서 향후 중국 증시 호재의 키워드로 평가되는 ‘고속철’ 테마주의 쾌속질주가 예고됐다.
특히 중국 고속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중국남차는 지난 6월 가와사키 중공업 주식회사와 함께 36억 위안(약 6354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고속열차 사업자 자격을 따냈고 이어 7월 남차의 자회사인 칭다오남차쓰팡(四方)이 5억2000만 위안 규모의 전동차량 및 부품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말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에서 총 14억4000만 위안의 경전철 사업 수주를 따내고 이어 싱가포르에서 2억5000만 위안 경전철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기업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올 8월까지 중국남차의 해외사업 수주규모는 약 35억 달러로 추정되며 철도 관련장비 및 부품을 전세계 84개국에 수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중 이다.
중국 고속철의 세계질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있는 두 기업, 중국남차와 북차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총 3000억 위안 이상 자산의 거대한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과거 해외사업 입찰에서의 ‘제살을 깎아먹기식' 경쟁에 마침표를 찍고 양사가 나눠갖던 사업 및 수출계약을 중국 대표 기업 한 곳에서 유치할 수 있어 경영효율 및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국남차와 북차가 모두 중국A주와 홍콩 H주에 상장돼 있고 둘 중 한 곳으로 통합될지,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상장절차를 거치게될 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있어 두 기업의 합병 관련 구체적인 소식 발표와 거래재개의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중국남차는 ‘고속철’과 함께 중국 증시 낙관전망의 또 다른 키워드인 ‘후강퉁(沪港通)'의 수혜주로도 분류된다. 상하이·홍콩증시 연동제도인 후강퉁이 실시되면 홍콩 증시를 통해 해외 개인투자자의 중국남차 A주 투자가 가능해지고 ‘우량주’로 평가되는 만큼 많은 자금이 몰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주식거래가 잠정중단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인수합병 절차와 방안이 제시될지 여부가 향후 중국남차 단기 증시전망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물론 리커창 총리가 스스로를 ‘고속철’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각국 방문 때마다 중국 고속철 사업 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남차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철이 중국의 외교 및 경제, 첨단과학기술의 영향력을 제고시킬 ‘전략적 수단’으로 선택된 만큼 중국남차의 해외사업수주와 매출, 순익 등이 계속 증가세를 지속하리라는 것.
실제로 중국남차의 매출, 순익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 약 807억 위안(약 14조2427억원)에서 지난해 978억9000만 위안 이상으로 매출이 뛰었으며 순익도 38억 위안 정도에서 지난해 41억 위안을 초과하는 성적을 거뒀다. 올 3분기까지 매출액은 848억9000만 위안, 순익은 약 39억7371만 위안에 이른다.
중국남차는 2000년 9월 중국철로기차차량공업총공사에서 분리돼 중국남방기차차량공업집단공사로 국무원 비준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이어 2010년 3월 국무원 국자위의 동의와 중국 공상은행 관리총국의 비준을 받아 회사명을 현재의 중국남차집단공사로 변경했다. 직원수는 9만여명에 이르며 27곳의 자회사가 중국 10여개 성(省)·시(市)에 분포돼있다. 올 3분기 기준 총 자산 규모는 1509억1204만 위안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