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달러, 유로화에 이어 위안화를 3대 국제 화폐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구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는 여러 국가와의 통화스왑 체결 및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확대, 브릭스(BRICS)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구축, 후강퉁 실시 등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카타르 중앙은행과 350억 위안(약 6조1680억원)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스왑계약은 3년간 유효하며, 양측이 동의할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슬로건 하에 2009년 4월 아르헨티나와의 통화스왑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과의 통화스왑 협정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인민은행은 23개 국가 및 지역과 총 2조5700억위안의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에도 7월과 9월 스위스 및 스리랑카와 추가계약을 체결하고,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러시아 연방중앙은행과 1500억 위안 규모의 대규모 통화스왑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중국이 통화스왑계약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지역간 금융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미국 달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일정 한도 내에서 중국 주식 및 채권 시장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정책인 RQFII 제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도입, 위안화 역외거래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브릭스 개발은행과 AIIB,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은행 창설을 비롯해 상하이와 홍콩 주식 교차거래를 의미하는 '후강퉁'을 실시하는 것 또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위안화 역외 허브 구축 열풍도 위안화의 국제화 움직임에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외국의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위안화 역외 허브를 선점하기 위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속속 설립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대만, 마카오, 싱가포르 등 4곳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설립된 데 이어 올해는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 유럽 금융 중심지를 비롯해 서울에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들어섰다.
위안화를 외화준비통화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달 영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는 세계 최초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조달 자금을 영국의 외환보유액 재정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혀 위안화의 외환보유액 편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 볼리비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위안화를 외환보유액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위안화를 외환보유액 기축통화로 편입한 국가는 나이지리아, 러시아, 말레이시아다.
이 뿐 아니라 지난달 싱가포르 달러와 위안화의 직거래가 개시되면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영국, 유럽에 이은 7번째 위안화 직거래 허용 지역이 탄생, 위안화 국제화를 앞당겼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위안화 역외무역결제 누계액은 10조 위안을 돌파했다.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로 역외에 축적되는 위안화도 늘면서 위안화 예금잔액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홍콩 위안화 예금잔액은 9445억 위안에 달했다.
위안화 국제채권 및 어음 발행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위안화 채권 발행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럽 채권 시장이 중국 은행권과 기업에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1~5월 역외 위안화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한 해 규모와 맞먹는 1066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2년 전 전 세계 14대 무역결제 통화였던 위안화가 현재 세계 7대 무역결제 통화로 부상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