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스스로 "불찰"이었다며 개헌 논란이 확산될 것을 시급히 봉합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치권 전반에서 개헌 논란을 되레 증폭시킨 꼴이 됐다.
더구나 김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자 집권여당의 수장임에도 정치권의 중대 현안인 '개헌'에 대해 하루 만에 말바꾸기를 한 셈이어서, 스스로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게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기간 중임에도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차기 대권주자로서 행보에 도취돼 스스로 '오버 페이스' 한 결과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의 효용성과 "현행 체제(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총리가 자꾸 바뀌는 등 부침이 심하다"고 말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개헌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을 언론 앞에서 구체적으로 꺼내 놓은 것이다. 때문에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숨겨왔던 진심(개헌)'을 국회가 아닌 중국에서 굳이 밝힌 것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란 분석마저 나왔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기국회 이후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말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별도로 '톤 다운'을 주문하기도 하는 등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치권의 향후 파장을 의식한 듯 보였다.
결국 이번 발언 보도로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자 17일 예정에 없던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나타나 "정기국회 이후로 개헌 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본인의 지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며 물러났지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 되고 말았다.
앞서 김 대표는 권력구조 문제 뿐 아니라 이른바 '87년 체제'가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며 원칙적인 찬성론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문제는 이번 발언이 박 대통령이 외유 중인 상황에서 나왔고, 당초보다 예상을 넘어 논란이 커진 점에 김 대표에게는 '소신'이라 하더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스스로 발언을 거둬들이면서 당장 입장이 다소 난처해지더라도 '철회'라는 최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서 신중치 못한 처사라며 김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로서 욕심을 부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마저 나왔다.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 시점에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개헌론으로 달려들자는 것처럼 보여서 상당히 우려된다"면서 "주변인들이 김 대표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 10여명을 데리고 갔어야만 했느냐"고 비난했다.
김태흠 의원은 "개헌이라는 국가의 중대한 사안을 당 대표가 외국에 나가서 얘기하는 것은 아주 신중치 못한 처사"라면서 "당 대표라면 당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한데 아주 무책임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일(18일) 오후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귀국과 함께 당장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개헌론과 관련한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른 시일 내에 모종의 견해를 밝힐 것이란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