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개헌] 하루 만에 거둬들인 '진심'…대권주자 리더십 상처

2014-10-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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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오버 페이스' 한 결과…파장 의식해 16일 기자들에게 '톤 다운' 주문하기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당 대표단은 16일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하고 이후 중국이 세계 최대 항만으로 개발 중인 양산항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는 수행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밝혀 정치권의 파장을 일으켰다.[사진=새누리당 제공 ]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인 17일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까지 했다.

김 대표 스스로 "불찰"이었다며 개헌 논란이 확산될 것을 시급히 봉합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치권 전반에서 개헌 논란을 되레 증폭시킨 꼴이 됐다.

더구나 김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자 집권여당의 수장임에도 정치권의 중대 현안인 '개헌'에 대해 하루 만에 말바꾸기를 한 셈이어서, 스스로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게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기간 중임에도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차기 대권주자로서 행보에 도취돼 스스로 '오버 페이스' 한 결과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수행기자과의 오찬 자리에서 방중 성과를 주로 한 대화를 가졌었다. 그러다 공식 대화가 끝이 나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기자들과 이야기가 편하게 오가자, 평소 숨겨왔던 '개헌의 소신'을 확실히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의 효용성과 "현행 체제(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총리가 자꾸 바뀌는 등 부침이 심하다"고 말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개헌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을 언론 앞에서 구체적으로 꺼내 놓은 것이다. 때문에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숨겨왔던 진심(개헌)'을 국회가 아닌 중국에서 굳이 밝힌 것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란 분석마저 나왔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기국회 이후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말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별도로 '톤 다운'을 주문하기도 하는 등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치권의 향후 파장을 의식한 듯 보였다.

결국 이번 발언 보도로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자 17일 예정에 없던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나타나 "정기국회 이후로 개헌 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본인의 지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며 물러났지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 되고 말았다.

앞서 김 대표는 권력구조 문제 뿐 아니라 이른바 '87년 체제'가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며 원칙적인 찬성론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문제는 이번 발언이 박 대통령이 외유 중인 상황에서 나왔고, 당초보다 예상을 넘어 논란이 커진 점에 김 대표에게는 '소신'이라 하더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스스로 발언을 거둬들이면서 당장 입장이 다소 난처해지더라도 '철회'라는 최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서 신중치 못한 처사라며 김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로서 욕심을 부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마저 나왔다.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 시점에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개헌론으로 달려들자는 것처럼 보여서 상당히 우려된다"면서 "주변인들이 김 대표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 10여명을 데리고 갔어야만 했느냐"고 비난했다.

김태흠 의원은 "개헌이라는 국가의 중대한 사안을 당 대표가 외국에 나가서 얘기하는 것은 아주 신중치 못한 처사"라면서 "당 대표라면 당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한데 아주 무책임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일(18일) 오후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귀국과 함께 당장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개헌론과 관련한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른 시일 내에 모종의 견해를 밝힐 것이란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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