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가 오는 20~23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다. 이번 4중전회는 올해 단 한차례만 개최되는 중앙위 전체회의로,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주요 현안을 심의하고 논의하는 자리로다. 200여명의 중국내 최고 지도자들은 4중전회에서 3일간의 논의를 거쳐 보고서를 채택한다. 향후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은 내용의 보고서는 고스란히 현실정책에 반영된다. 중국의 관료들은 향후 1년간 보고서의 내용을 '4중전회 정신'이라고 호칭하며 정책결정의 판단기준으로 삼게된다.
▲4중전회란?
당대회와 중전회는 공산당 당규가 정한 기구다. 이와 별도로 중국헌법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를 규정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우리나라의 국회격으로 입법권을 행사한다. 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는 각계각층의 위원들로 구성된 국가자문기구다. 전인대와 전국정협은 매년 3월 개최되며 이를 '양회(兩會)'라고 한다.
▲대주제는 '의법치국'
이번 4중전회의 대주제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국가 통치)이다. 의법치국을 중전회의 대주제로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4중전회는 공산당의 발전과 중국의 경제발전 등을 주제로 했었다. 때문에 이번 4중전회는 중국이 법치를 강화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띈다고 하겠다.
1994년 9월25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됐던 14기 4중전회에서는 개혁개방과 사회주의현대화건설 추진방안을 도출했다. 1999년 9월19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됐던 15기 4중전회에서는 국유기업개혁안을 논의했으며, 2004년 9월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던 16기 4중전회에서는 공산당의 정치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고, 2009년 9월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17기 4중전회에서는 과학발전관 심화와 글로벌금융위기 극복, 소강사회건설, 중국특색사회주의 견지 등을 위한 조치들이 채택됐다.
▲사법부 독립, 역사적 첫걸음
의법치국의 첫 걸음은 법원독립이다. 현재 중국의 지방법원들은 지방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지방법원 예산권과 인사권은 지방 공산당 위원회와 지방정부가 쥐고 있었다. 때문에 지방법원의 판결에 지방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 사법부가 행정부와 당에 예속되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4중전회에서는 이에 대한 진보적인 개혁조치가 나올 전망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방법원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이제는 최고인민법원이 총괄하게 되는 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법원으로서는 지방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사법부를 총괄하는 당내 직책인 중앙정법위 서기가 상무위원에서 정치국위원으로 격하된 것 역시 이같은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고인민법원 법원장에 과거와 달리 실세 정치인인 저우창(周強)이 임명된 것 역시 사법부 독립을 예견케 하는 조치였다.
▲더 강한 반부패 시스템 구축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등극이래 휘몰아친 정풍운동과 반부패개혁을 상시화시키는 시스템도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지도부의 반부패 드라이브 속에 낙마한 장·차관급 이상 비리 고위공직자는 현재까지 51명에 달한다. 또 공직기강 확립과 근검·절약 풍조 조성을 위해 도입한 '8항 규정'을 위반해 처벌받은 공직자 수는 7만 4000여명에 이른다.
4중전회는 '반부패총국'이라는 신설기구를 설립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부패총국은 미국 연방조사국(FBI)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지며, 중앙기율위원회의 직속기구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방 정부에 설치됐던 감찰국과 반탐국은 지방정부에서 독립해 반부패총국 산하기구로 재편된다. 또한 지방의 반부패 담당관리의 임기 3년을 보장하며, 순환인사를 실시한다. 또한 지방 정부에 대한 인민대표대회의 감시ㆍ감독 기능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방인민대표대회 대표에 대해 면책권과 지방 관리 감독권이 확대되고, 중대 문제 발생시 인민대표대회에 지방 관리 탄핵권도 부여된다.
▲파격 개혁안 쏟아진다
이 밖에 △지방정부 채무규제 △농촌집단토지 거래자유화 △지방정부 재정개혁 등의 경제개혁안도 4중전회에서 논의된다. 지방정부 채무발행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농민들이 토지가격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적당한 시기에 지방세인 상속세와 부동산세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또한 4중전회에서는 향후 9년동안 지방정부 공무원을 20% 줄이고, 지방 정부 성과평가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제외시켜나가는 등의 방안을 확정짓는다. 또한 비정부기구(NGO)와 사회단체 등록 규제도 완화시켜 지방정부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개혁안은 상당히 파격적이면서 범위가 넓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공산당내 한 관계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언급했던 '장사단완(壯士斷脘, 독사에 물린 손목을 잘라낸다)'이라는 결의에 걸맞는 개혁안들이 도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군부와 인민은행 인사조치
4중전회에서 여러 인사조치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우선 반부패활동으로 낙마한 2명의 중앙위원을 승계하는 인사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중앙위원에 결원이 생기면 후보위원이 서열에 따라 공석을 메우게 된다. 또한 인민해방군 인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중앙군사위원회에 류위안(劉源·63)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과 장여우샤(張又俠·64) 총장비부 부장 등이 새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돌고 있다. 인민은행장 교체설도 나돌고 있다. 현임 저우샤오촨(周小川)을 대신해 궈수칭(郭樹淸) 산둥(山東)성 성장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베이징에 돌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재 조사중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의 출당조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저우융캉은 중국의 개혁개방이후 처음으로 처벌받는 상무위원이라는 점에서 어떤 형식으로 출당조치될 지가 관심사다. 저우융캉의 출당조치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정치국회의 혹은 상무위원회에서 내려질 수 있다. 과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는 정치국회의에서 출당조치됐다.
▲홍콩문제, 어떤 메시지 내나
최근들어 핫이슈로 떠오른 홍콩시위문제도 4중전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미 중국정부는 장샤오밍(張曉明) 홍콩 주재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을 통해 홍콩사태를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나라 두 국가 체제) 가운데 '일국'(一國)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중앙 권력에 도전하고 기본법을 무시한 엄중한 사회·정치사건'으로 규정했다. 엄중한 정치사건인 만큼 수습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4중전회에서 홍콩사태에 대한 강경론자와 온건론자가 치열한 논쟁을 벌일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중앙 공산당이 홍콩문제를 두고 이미 '참을만큼 참았다'는 강경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만 시사평론가 린바오화(林保華)는 13일 ‘4중전회와 홍콩 국면’이란 제목의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기고문에서 “홍콩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고위층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비둘기파,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매파로 분류하면서 홍콩 문제가 잘못 다뤄질 경우 시 주석의 당내 지위가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4중전회를 통해 홍콩문제에 대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도 단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