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달 23일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이 남자때문에 들썩였다. 50여개국의 유엔대사와 부인들,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인 프랑카 소치니, 도나카란등 유명패션디자이너, 모델, 영화배우 등 400여명이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그의 사진을 보고, 자선기금을 쾌척했다.
이날 금빛 나비넥타이에 턱시도를 입고 홍콩 배우같은 포스를 자랑하는 그는 이 행사에 초대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패션사진작가에서 '재능기부 사진작가' 아트디렉터로 변신한 케이티 김(KT Kim·본명 김경태·53)이다.
'사진 재능기부'를 통해 자선모금을 펼치는 그가 뉴욕에서의 기쁨을 나누기위해 오는 18일부터 서울 논현동 MCM플래툰쿤스트할레에서 사진전을 연다. 세계적인 패션계 스타들과 백 스테이지 등의 모습을 담은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이날 하루만 펼치는 이 전시는 수익금 전액이 외면받는 여성과 아이들을 돕는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다.‘유엔 밀레니엄 개발 목표’ 중 반기문 사무총장이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 ‘모자보건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기금 마련 전시다.
‘에브리 우먼 에브리 차일드, 액트 나우(EVERY WOMAN EVERY CHILD, ACT NOW!)’란 제목으로 뷰티풀마인드와 MCM 코리아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뉴욕에서는 자선후원 기금 활동이 자연스럽지만 이전에 서울에서 이런 행사를 추진할때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들었다는 케이티 김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선기금전시'를 낯설어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그 일을 먼저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했다.
"제가 몸이 안 좋아 아프리카 등으로 직접 갈 순 없지만 여기서도 도울 수 있는 통로가 있죠. 여성과 패션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행위, '렌즈 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케이티 김이 유엔 협력재단인 F4D아트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것은 4년 전 유엔이 지정한 ‘월드 말라리아 데이’와 관련이 있다.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로 모기장을 보내는 운동 ‘Fashion Net’s Go!’를 후원하면서 부터다.
재능기부, 자선기금행사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덤으로 사는 인생, 더 좋은 일을 하자”는 의지때문이다. 2005년 수술 생존가능성 50%라는 ‘신장암 2기’ 수술을 받았다. “저를 살려주시면 꼭 좋은 일을 하겠다고”고 기도한 후 2011년부터 봉사와 나눔으로 인생 2막을 살고있다. 이왕 일하는거 전 세계 패션인들과 함께 일하자는 마음으로 53세인 나이인 2년전, 뉴욕으로 이민을 떠났다.
"암으로 죽을 뻔 하다 살아난 일도 기적이었고, 지금 이렇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운이 참 좋은 거죠."
그는 2005년 4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니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이날 그는 아르마니 곁에 찰싹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찍던 중이었다. 아르마니는 당시 '나이도 들었고 은퇴를 고려해 보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는 남을 위한 나의 비즈니스였지만, 이제부터는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무대와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혈기왕성한 대답을 했다. 이 말은 케이티 김의 가슴에 콕 박혀, 지금까지 그를 움직이고 있다.
현재 뉴욕에서 ‘온더리스트(ON THE LISZT)’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세계 패션피플들과 함께 나누는 재능기부는 계속되고 있다.
케이티 김은 "여성으로서 숭고한 업적을 남긴 전 세계 인물들(여왕, 스포츠 선수등)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이 작품들은 내년 하반기 뉴욕 맨해튼의 유엔 건물 로비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열정도 재능이다 “카메라 렌즈 뒤에서 하는 일을 하는 사진가"로서 그는 기계를 누르지만 인간미를 강조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고찰과 성찰 후 셔터를 누르면 사각의 프레임에 이미지가 쌓이게 됩니다. 뇌에 휴머니즘이 입력되면 무엇을 찍어도 아름답게 보이죠.” (02)3447-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