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 기자(이하 혁): 인기가 정말 많네요.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하고.
샘 오취리(이하 오취리): 평소에는 길에서 인사만 하는 정도죠. 이제 한국사람들도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보니까요. 이태원에서 같이 사는 형들이 팬이라면서 밥 같이 먹자고 해요. 경리단 넘어가면 좀 난리나죠. 한 명이 알아보고 사진 찍자고 하면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찍자고 해요. 하하.
혁: 방송에서 정말 유머러스한데 일부러 컨셉을 잡은 건가요?
혁: 육성으로 들으니 또 새롭네요. tvN ‘황금거탑’에서 연기를 했는데 연기 욕심도 있나요?(샘 오취리는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에 캐스팅됐으며 10월 초 촬영을 시작했다.)
오취리: 기회만 생기면 꼭 해보고 싶어요. 욕심이 있죠. ‘황금거탑’은 잠깐 한거고요.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통 연기요. 한국영화에 출연한 흑인이 별로 없어서 더 그래요. 영화 ‘초능력자’에서 에네스 카야 형이랑 같이 출연한 흑인 배우(아부다드) 그 친구랑 한국에 같이 왔어요. 가나에서 만나서 한국에 같이 왔고 고려대 어학당도 같이 다녔죠. 처음에 그 친구는 의학 전공으로 왔는데 잘 안됐어요. 문제가 생겨서 지금은 호주로 갔고요.
오취리: 원래 계획은 없었죠. 가나에서 장학금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해 왔어요. 합격했죠. 그래서 한국에 대해 좀 알아봤어요. 한국 드라마를 가나에서 봤지만 그게 한국이라고 생각 못했죠. 중국이나 일본 드라마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누나는 영국에서 살다가 3년 전에 한국으로 왔어요. 숙명여대에 다니고 있어요.
혁: 누나랑 항상 같이 다니시나요?(이날도 사촌누나 에피아 아지망 씨가 동행했다.)
오취리: 누나가 방송 제작을 하고 싶어하거든요. 학교에서 미디어를 전공하기도 했고요. 영화 편집도 할 수 있고, 찍을 수도 있으니까 방송 현장에 같이 다니죠.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잖아요.
혁: 한국에 온지도 꽤 됐는데, 한국 문화 중에 이건 좀 불편하다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오취리: 술 문화요. 술을 거의 안 마시거든요. 같이 술을 마셔야 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진지한 얘기할 수 있는데 술이 문화가 돼 버려서 그런 것 같아요.
혁: 그럼 어떤 취미가 있나요?
오취리: 거의 모든 운동을 다 좋아해요. 농구, 축구, 테니스. 요즘 뜸했는데 친구들끼리 모여 농구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오취리: 혼자가 아닌 ‘같이’ ‘우리’라는 문화요. 우리 다 같이 뭐하자는 문화가 가나에는 별로 없거든요. 우리라는 문화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내 엄마’인데 ‘우리 엄마’라고 하잖아요. 한국에서 살다보니까 좋더라고요. 술 빼고는 한국문화 대부분이 좋아요.
혁: 그렇다면 가나문화 중에서 한국에 들여왔으면 하는 게 있나요?
오취리: 편하게 천천히 사는 문화요. 가나에서는 밖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얘기를 나누거든요.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 모습이요. 그리고 결혼 문화. 한국은 너무 짧아요. 한시간만에 결혼을 끝내는데 가나에서는 결혼을 하고 파티를 하거든요. 가족끼리 모여 춤도 추고 인사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30분이면 끝나요. 일생에 단 한번뿐인 순간인데 좀 즐겼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면 한국 전통결혼도 하고 가나식 결혼도 할거예요. 좀 길겠죠?
혁: 향수병은 없나요?
오취리: 향수는 다 좋아해요.(유일하게 잘못 이해한 한국어였다.)
혁: 아니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오취리: 하하. 거의 없어요. 아! 크리스마스 때 생각이 많이 나요. 가나에서는 크리스마스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풍습이 있거든요. 작년에 저만 못갔어요. 누나도 가나에 다녀왔는데. 너무 슬펐죠. 한국에서는 그냥 크리스마스 느낌이지만 가나에서는 전 세계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죠. 이번에는 시간이 되면 가나에 다녀오려고요. 싼게 비지떡이라고 20시간이 걸리는 아주 싼 비행기로 가야죠. 갈아타야죠. 터키 항공은 한번만 갈아타는데 에티오피아 항공은 두 번 갈아타야해요.
혁: 한국인이 다 됐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오취리: 가끔 짜증날 때 한국어로 짜증내는거? 하하.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한국어로 짜증을 낼 때면 조금씩 한국인이 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요. 외국인 친구들끼리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 때. 뭐야~ 영어로 해~ 하다가도 한국어가 편할 때 한국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인인 기자가 봐도 샘 오취리는 전혀 외국인스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