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반기 든 ING생명 등 생명보험사…"자살보험금 못 준다"

2014-09-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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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 들끓어…소송으로 일단 '시간끌기'

[자료=김기준 의원실, 2014년4월말 기준]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ING생명, 삼성생명 등 대다수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에 반기를 들었다. 최소 2200억여원에 달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소송 등을 통한 '시간끌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대상 12개 보험사 중 대다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결론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관련민원이 1건에 불과한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신중하게 논의한 결과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 금감원의 권고를 따를 수 없다고 잠정적으로 뜻을 모았다"며 "약관상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사회통념상 자살을 재해로 인정할 경우 이차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3~2010년 ING생명의 약관에는 보험가입 고객이 자살면책 기간인 2년을 넘겨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ING생명은 이를 어기고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4억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후 금감원은 ING생명을 포함한 12개 생보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도공문을 내려 보냈다. 보험금 지급을 통보받은 생보사는 삼성·교보·한화·동부·신한·현대라이프·농협·동양·ING·메트라이프·에이스생명 등 12곳이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노린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200억여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40여건의 민원을 수용해 2200억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할 경우 추가로 지급요청이 들어올 자살보험금 규모가 가히 '보험금 폭탄' 수준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지급 권고를 거부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재제를 받은 ING생명은 미지급 보험금이 560억원으로 업계 중 가장 많다. ING생명이 보험금을 민원인들에게 모두 지급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ING생명을 포함한 생보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일부 생보사는 민원인이 불지급 통보를 받고 이에 승복하지 않은 채 소송을 제기하면 응소한다는 입장이다. ING생명의 경우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법무법인까지 선정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4월 말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총 2179억원이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신한생명(103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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