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24일 김씨와 부인, 장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 등은 당초 배상액으로 35억월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이 중 15억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소 절차, 재판과정, 형 확정 후 집행절차 등 일련의 과정에 비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 국가가 도리어 가해자가 돼 위헌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저지른 불법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를 모두 위자료 산정에 참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는 가혹행위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형 집행과정에서도 일반적인 수용자와 달리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독방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30대 중 6년 보름 남짓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며 "출소 후에도 일상생활에 감시를 받았고 환청·환각·조증 등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해 정신과 입원 치료,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받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 부인의 경우 결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기간 체포·구속 통지도 받지 못하고 (남편에 대한) 접견도 통제됐었다"며 "갓 태어난 아들을 혼자 양육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김씨 재구금 후에는 5년 이상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김씨를 뒷바라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할 형사사법기관이 조직적·의도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른 사건"이라며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를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위자료를 15억5000만원으로 산정하면서도 김씨가 앞서 형사보상금으로 받았던 4억2800여만원을 제외한 11억2115만여원에 대해서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부인 김영주 토지문화관 관장에 대해서는 2억8000만원, 김씨 아들에 대해서는 1억원 상당 등의 배상책임을 각각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1970년 풍자시 '오적'을 잡지 '사상계'에 실어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오적(五賊) 필화사건'의 경우 "재심에서 무죄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구금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민청학련 사건과 오적필화 사건 등으로 6년 4개월간 투옥생활을 했다.
지난해 재심에서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오적필화 사건은 징역 1년의 선고유예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