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하부 고시에 분리공시제를 포함할지를 결정한다.
분리공시제 주무기관인 방통위는 최근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수차례 회의를 통해 이견 조정에 나섰으나 접점을 찾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단통법 고시가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별도로 규개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리공시제는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이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가 보조금 출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이통업계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등에서 단말기를 자체 구입한 소비자에게 이통사 지원금만큼의 요금 할인을 해주는 '분리요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분리공시제가 꼭 필요하다는 게 양측의 판단이다.
이통 3사가 분리공시제 도입에 동조했고, 그동안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LG전자도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밀 노출 우려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부도 "분리공시제가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 성장에 방해될 수 있다"며 삼성 편을 들고 나서 이 문제는 부처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방통위는 규개위 심사 결과에 따라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분리공시제가 빠지거나 포함된 단통법 고시안을 최종 확정하는 한편 25만∼35만원 범위 안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결정할 방침이다. 보조금 상한선은 현재의 합법적 보조금 액수인 27만원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부도 방통위의 보조금 상한선을 기준으로 분리요금제의 할인율을 결정하는 등 후속 작업을 곧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빠질 경우 소비자 권익 증대와 보조금 경쟁 완화라는 단통법 취지가 퇴색하면서 비판이 제기될 것이고, 포함되더라도 삼성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단통법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