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대한민국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4시간 30분이 넘는 혈투 끝에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들의 금빛 스매싱을 실시간으로 본 스포츠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은 23일 인천 계양구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3-2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은 12년 만에 다시 국내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탈환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돼 시차 없이 편하게 경기를 볼 줄 알았던 팬들은 예상치 못한 '복병' 지상파 3사 때문에 생중계를 볼 기회를 잃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중국 중계, 혹은 뒤늦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것에 대해 팬들은 싸늘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금전적인 문제로 아시안게임 중계를 포기했다. 네이트는 중계 화면을 내보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상파가 방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시청이 불가능하다. 지상파의 스포츠채널에서는 낮에 방송된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내보냈다.
배드민턴은 야구나 배구, 탁구처럼 시간제한이 없는 세트제 경기(세트당 21점)여서 경기가 언제 끝날 지 예상할 수 없다. 특히 단식 3경기와 복식 2경기를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단체전일수록 더욱 그렇다. 때문에 배드민턴 경기를 편성하면 정규 편성 프로그램에 비해 광고 수익이나 시청률이 보장 받을 수 없다.
보기 드문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지상파는 정규 편성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바빴다. 스포츠스타 이용대가 나선 결승전임에도 중계를 편성하지 않은 모습은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상파의 대우가 어떤지 충분히 짐작케 했다. 유수 남자 장권으로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한 이하성은 물론 승마 마장기술 단체전, 남자 10m 권기권총으로 대회 첫 2관왕을 거머쥔 김청용의 경기까지 뉴스 속보, 혹은 인터넷을 통해 접해야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준비 부족과 관계자들의 불친절함은 이미 국민 상당수의 신뢰와 흥미를 잃게 했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까지 가세해 인천아시안게임의 부족함을 드러내야 할까. 앞으로 남은 경기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치열한 스포츠 정신을 지켜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