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개봉하는 ‘제보자’(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 수박)에서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진실을 제보하는 심민호 팀장을 연기했다. 어느 하나 비슷한 연기가 없는 유연석을 지난 19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유연석에게 작품 선택 기준을 물었다.
“아무래도 기준이 한 가지일 수는 없죠. 우선 종전에 제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인가가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제가 했던 역할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죠. 장르도 생각하고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는 누구인지.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다른 연기를 추구해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는 유연석은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서 진실 앞에서 소신을 갖고 강단 있게 폭로할 수 있을까. 왜 진실 앞에서 당당한 것 자체가 힘이 들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심민호는 진실과 국익 중에 진실을 선택한 용기 있는 인물이다. 난치병에 걸린 딸(김수안)의 치료를 위해 이장환(이경영) 박사와 함께 연구를 했지만 논문의 조작과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윤민철(박해일) PD에게 제보한다. 아내 김미현(류현경)에게도 비밀로 했다.
연구원에 아이를 가진 아빠를 연기하기 위해 유연석은 디테일을 챙겼다. 실제로 수의대 연구원들도 만났다. “세포 연구 때문에 현미경 등을 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안경을 쓰셨다. 그래서 안경을 설정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외모를 갖춘 유연석이 또 하나 신경을 쓴 부분은 어투였다. 제보자는 어떤 말투로 얘기할까.
그는 아빠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빠라는 설정 자체가 부담스럽기는 했다. 갓난아기가 아닌 유치원생을 둔 아빠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아픈 아이를 가진 아빠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을 것이라 느꼈다”면서도 “아빠보다 제보자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고민과 갈등, 진실을 얘기할 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넘어가자 아버지라는 설정 자체는 편하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아버지 역할은 후에 진짜 아버지 나이대가 됐을 때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제보자’는 유연석에게 아버지이자 제보자를 연기하는 도전이었지만 현장 자체는 매우 즐거웠다. 평소 롤모델로 삼았던 박해일과의 조우가 한 이유였다.
“짜릿했죠. 박해일 선배와는 이전에 사석에서 뵌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만나보니 작품에서 호흡해보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죠. 거기다 제보자와 PD 관계이니 얼마나 밀접했겠어요. 행복했습니다.”
류현경에 대해서는 “이번이 다섯번째 (함께 한)작품”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편했다. 여보라고 부르고, 집사람이라고 호칭하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류현경이라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유연석의 실제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유연석은 “기본에 충실하려는 편”이라면서 “특히 연기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덕목을 중요하게 여긴다. 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정도 ‘FM’을 추구하는 편이라 어긋나는 후배들이 있으면 원칙에 대해 꾸짖은 적도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연석은 요즘 다작 중이다. 한석규·고수·박신혜와 함께 출연한 ‘상의원’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이경영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은밀한 유혹’도 크랭크업돼 후반 작업 중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때까지 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못했던 경우도 비일비재했죠. 지금은 저를 믿어주시고 좋은 기회를 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공백을 갖기보다 다양한 모습과 왕성한 활동이 팬들을 위한 일이라 믿습니다. 피곤하지만 쉬지 않고 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겠죠? 성과를 바라면 힘든 것 같아요. 일 자체를 즐겨야 보상도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일 자체의 즐거움을 찾겠습니다.”
정말로 즐거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