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ECB는 유럽 내 255개 은행에 826억 유로 규모의 대출금을 TLTRO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000억 유로를 밑도는 결과다.
지난 6월 ECB는 유로존의 장기적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TLTRO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TLTRO는 소규모 기업에 대한 민간 대출을 촉진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대 4년 만기 자금을 연 0.15%의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다. ECB는 이를 통해 대차대조표를 2016년까지 1조 유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설정했다.
중앙은행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대차대조표 수준은 최근 몇 년간 축소돼왔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일본은행은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해 이 수준을 늘려왔고 이 덕분에 두 나라의 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세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울러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이 프로그램이 효력을 가지려면 대출금 규모가 1000억유로는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TLTRO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이면서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ECB에 대한 강력한 양적완화 조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CB는 지난 4일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커버드 본드를 사들여 10월부터 시장에 돈을 푸는 경기부양 조치를 발표했다. 국채 매입을 제외하고 ECB가 동원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는 거의 나온 셈이다.
하지만, 현재 여러 경제지표나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나 자산매입의 효과가 경제성장 모멘텀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ECB가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15일 발표한 경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하향 조정 하면서 “ECB가 양적완화를 통한 더욱더 강력한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대출프로그램 이용도가 낮기 때문에 독일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ECB가 양적완화를 더 강력하게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