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구개발 분야 중 창조경제에 예산을 상당수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창조경제 예산은 8조3302억원으로 올해 7조1110억원보다 17,1% 증가했다.
그동안 모호한 개념으로 혼선을 빚었던 창조경제는 창업·벤처·중소기업으로 확실한 방향을 잡고 있다. 여기에 ICT와 바이오산업까지 영역을 넓혀 신규 예산을 집중 배정했다.
지난해부터 벤처·창업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효과를 거두며 내실과 외형이 모두 성장했다. 1세대 벤처에서 시행착오를 거쳤던 자금 지원 등 자양분도 충분히 갖춰지면서 벤처·창업 시장은 ‘제2의 벤처 르네상스’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니다. 벤처투자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984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1.8% 증가했다. 누적 투자 잔액도 최대 규모인 5조원을 넘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내년에는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벤처 기업 정착에 나서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9월까지 판교 창조밸리센터 완공을 바탕으로 전용 연구개발 자금·펀드 신설 등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할 방침이다. 지난해 10개소가 운영되던 창조경제 혁신센터도 7개소 추가 설치한다. 창조경제 구심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청년 창업기업, 엔젤투자 지원을 위한 2000억원 펀드 조성과 성실한 청년 실패자에게 상환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채무 조정형 재창업 자금’ 200억원(신규)도 주목되는 부문이다.
신규로 잡힌 스마트 챌린지 프로젝트 357억원, 차세대 의료기기와 중기세포 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266억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벤처 육성을 창조경제로 연관시키는 것은 정부가 새로운 시장 창출보다 기존 방식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창조경제 예산이 벤처 활성화에 집중돼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단순히 해외 벤처타운을 모방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벤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많은 나라와 도시가 혁신형 창업 생태계의 대표 사례인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했지만 제대로 된 성공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실리콘밸리를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한국의 구조적인 한계와 비교우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용 창출 목적의 창업 활성화는 저부가가치 기업 확산을 유도해 좋은 일자리 양산에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불필요한 규제 제거 등 되도록 간접적인 지원이 바람직하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보다는 컨설팅, 인프라 형성 등 신생기업의 성장 여건 조성을 위한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