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지난 1970년대 국내 수출산업단지 1호인 서울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로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던 가리봉동 일대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의 지구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도시관리계획을 이전 단계로 환원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앞선 2월 가리봉 사업 포기를 최종 통보했고, 주민 의견 수렴 결과 토지 등의 소유자 32.49%가 사업 추진에 반대했다.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는 지난 2003년 11월 지구 지정 이후 2005년 5월 전면 철거를 통해 디지털비즈니스시티 개발하고 인접 첨단산업단지를 지원하는 내용의 계획안이 결정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갈등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개발 사업이 정체됐다.
대상 지역은 지리적으로 구로공단과 디지털단지 사이다. 건축허가가 제한되고 기반시설이 방치되는 등 정비 및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슬럼화 됐다.
서울시는 이달 주민공람 등 행정예고와 다음달 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1월 지구 해제를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 도시관리계획이 환원되면 건축 제한이 사라져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가능하고, 주택 개량 및 신축 등 개별적인 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가리봉지구 해제와 함께 △소통+경청 △지역경제+일자리 △주거환경+편의시설 △안전+치안 등 4대 목표를 수립했다.
가리봉동은 중국 조선족이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다문화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현장소통마당과 주민간 소통을 위한 주민협의체를 각각 구성한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현장소통마당 구성 계획에 대해 “자치구, 주민들과 일정을 협의 중인데 늦어도 올해 안에 구성하겠다”며 “소통마당을 통해서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리봉동의 입지적 특성을 살려 디지털단지의 배후지원거점으로 조성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청년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벌집촌 체험거리도 조성해 산업화시대 공단 근로자들의 고달팠던 삶의 흔적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 공공건축가들에게 공예방과 같은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
진 실장은 “여성 근로자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순히 쓸어버리고 없앨 것이 아니라 1970년대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주변 부지를 매입할 수도 있고,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불량주택은 깨끗하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기반시설을 포함한 편의시설은 보수 및 개량을 통해 개선한다.
진 실장은 “가리봉지역은 양쪽에 60만평 규모의 디지털산업단지가 있어 종사자가 많고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치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골목길 보안등 설치, 폐쇄회로(CC) 증설, 안전보안관 배치, 범죄환경예방설계 적용 등을 추진한다.
진 실장은 도시재생 관련 사업예산에 대해 “서울시나 구로구에서 얼마나 재정을 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재정계획을 수립해서 발표하고 그 다음에 주민과 대화를 하는 예전의 행정 주도적 방식은 옳지 않기 때문에 주민, 자치구와 고민하면서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1조원, SH공사를 통해 1조원을 도시재생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그 재원을 일부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물리적 정비를 넘어 가리봉지역만의 고유한 자산과 공동체를 보전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경제, 문화의 통합적 재생모델을 구축하겠는 입장이다.
진 실장은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현장소통마당을 올해 안에 설치하고, 그동안 도시관리에서 소외된 부분을 찾아 주민의 뜻을 반영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며 “다문화가 다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가리봉동의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면 디지털단지 배후 기능으로 옛 역할을 되찾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