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2014-09-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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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장비‧부품업체 2분 영업익 성장률(전년동기대비)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LG 등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전자 장비‧부품업체들이 성장기엔 수혜를 봤지만 저성장기를 맞아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따른 관련 협력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다. 반면, 같은 업종이면서도 거래처가 다양한 업체들은 성장세를 보여 대조된다. ‘분산투자’, ‘거래처 다변화’ 등 경영 철칙이 새삼 중요하게 인식되는 대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후발업체들의 급성장에 따른 삼성전자의 모바일 실적 부진이 관련 부품 납품업체들의 연쇄 부진으로 이어졌다. 모바일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메모리 분야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방 업체들이 과점화 이후 수익회수기에 들어가 증설투자를 자제하면서 관련 장비업체들이 대부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인 네패스는 지난 2분기 82억원의 영업적자(연결기준)를 냈다. 매출(약 786억원)도 전년 동기대비 22.3% 감소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AP 파운드리(수탁생산) 수요 감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네패스 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판매 부진에 따라 터치패널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네패스는 터치패널 거래처를 다변화하며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향 매출이 높은 테라세미콘도 2분기 영업이익이 57.1% 감소했다. 이에 미국‧일본‧대만‧중국 등 해외영업을 강화하며 매출처를 늘리려 하고 있다. 중국 쿤샨 고비시오녹스 옵토일렉트로닉스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용 제조장비를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고객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빨랐던 업체들은 같은 시기 실적 호조를 나타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영업이익이 46.8% 증가했다. 이 회사는 국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해외 ASE, SPIL, Amkor 등 20개국 260여개사의 고객을 확보 중이다. 특히 중화권에 다수 고객사를 둬 중국 저가폰 시장의 성장이 신규수주 확대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STS반도체는 2분기 영업이익이 무려 491.3%나 증가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이후 대단한 반전이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STS반도체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으나,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원가 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공정(범핑라인)을 신규 가동하며 국내 LG이노텍, 매그나칩을 비롯해 대만과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으로 고객선을 확장한 것이 전문가들의 긍정적 전망을 끌어내고 있다.

테크윙은 영업이익이 33.3% 오르는 등 올해 사상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테크윙은 반도체 검사장비 부문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마이크론 등 50여개, 디스플레이 평가장비 부문 BOE,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20여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이는 후공정 장비인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어서다. 결국 기술력이 탄탄한 고객층의 비결인 셈이다. 테크윙은 비메모리 핸들러 부문으로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내수에 국한된 영업으로 자멸해 법정관리를 받게 됐듯이 한 곳에 치중해 매출을 올리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며 “지속적인 거래처 다변화 노력으로 매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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