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 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주력 계열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명의로 4200억원어치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이것을 계열사로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각각 2682억원, 1588억원 씩 총 427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발행한 CP를 모두 계열사에게 인계한 후 2009년 12월 3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계열사를 동원에 CP 돌려막기를 했다"며 "부도가 임박한 상황에서 그 피해를 계열사로 전가하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계열사의 CP매입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신규 자금 투입이 아닌 만기 연장의 롤오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삼구 회장은 CP발행 이전인 2009년 7월에 이미 박찬구 회장 해임과 함께 동반퇴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CP발행 및 계열사의 CP매입은 '우선 회사를 살린 이후에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각 계열사 경영진들의 판단에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두 형제의 싸움은 2006년부터 이어졌다.
두 형제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견 차로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해 2009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겪은 후 관계가 악화됐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쪼개진 이후 현재까지 두 회사는 상표권 맞소송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양 측은 고소 1건, 소송 제기 2건을 추가했다. 연초 박찬구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삼구 회장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답하며 선을 긋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CP 돌려막기 건에 대해 적절히 조치했다면 이후에 발생한 동양, LIG 등의 CP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에 이번 사건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