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최전방에서 조직을 추스려야 할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실적 최하위…리딩뱅크 위상 '휘청'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경영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실적은 초라하다. 리딩뱅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이다. 우리은행이 대기업 부실을 털어내면서 거둔 5267억원의 순이익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기업은행(5778억원)에도 밀렸다. 반면 최대 경쟁사인 신한은행은 84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순이익을 합치면 8658억원으로, 역시 국민은행을 앞섰다.
대출시장에서도 국민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지난 2012년 말 25.6%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현재 24.5%까지 떨어졌다.
6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점포 1157개, 직원 2만1396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이지만 정작 내실 면에서는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일본 금융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 및 오사카지점에 대해 4개월 동안 신규영업을 못하도록 제재 조치를 내렸다. 전 금융권이 '금융한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은행은 되레 일본 금융시장에서 발목을 잡힌 꼴이다.
이로 인해 향후 해외진출시 불이익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신인도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한 KB금융그룹의 한 임원은 "오랜 기간 몸 담았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며 "빨리 사건·사고와 경영진 간 갈등을 수습해 회사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오랜 내홍으로 조직 기강마저 해이
국민은행이 잃은 것은 실적만이 아니다. 경영진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조직 기강도 흔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이 행장의 '불통'을 탓하는 이들도 많다. 이 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구현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스토리는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조직의 안정을 깨뜨린 행장에게 결제를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라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이 행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에는 서울 강남 일대에 국민은행 고객의 정보가 담긴 서류들이 유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직원들이 서둘러 서류를 수거해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크고 작은 사고들이 유독 국민은행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강이 해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남 일대의 서류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이 행장은 "조직의 기강이 무너져 생겨서는 안되는 황당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관련자들에게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또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은행 및 지주 임직원 3명을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이 행장은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조직 기강이 해이해진 가장 큰 책임은 이 행장에게 있다는 의견도 많다.
이 행장을 잘 아는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 입행 전 다른 조직에 몸 담았을 때에도 이 행장은 윗사람에게도 서슴없이 직언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른 말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번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사태가 더욱 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KB금융과 국민은행, 그리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등이 더이상 금융권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잘못을 냉철히 보고,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