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원내대표는 이미 두 차례의 협상안을 도출했지만, 모두 유가족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그들만의 협상’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둘 중에서 더 아픈 쪽은 야당의 수장인 박영선 원내대표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에 더해 7.30 재보선 참패에 따른 비상대책위원장직까지 맡는 등 부담이 커진 것이 박 원내대표의 마음을 바쁘게 했고 결국 섣부른 세월호 합의안을 도출하는 악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협상초기부터 오락가락하는 박 원내대표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사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직접 사인한 재합의안마저 의원총회에서 추인받는데 실패했고, 이후 여야 논의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수용을 야당에 읍소하다 거부당하면서 ‘장외투쟁’까지 나서는 고초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19일 세월호 재합의안 도출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총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집권여당으로서 굴욕에 가까운 합의안"이라며 이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문제가 있다면 나 이완구가 책임지겠다. 추인이 안 된다면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강한 면모를 보였고, 결국 재합의안에 대한 의총 추인은 이뤄졌다.
이에 탄력을 받은 이완구 원내대표는 3자협의체를 반대하면서도, 유가족들과 야당을 상대로 ‘대화의 정치’로 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집권여당의 원내수장으로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을 선언한 야당을 향해 "진지한 자세로 (야당과) 대화를 갖겠다. 쓸개를 빼놓고라도 하겠다"면서 "어금니를 깨물더라도 끝까지 참고 파트너로 존중할 테니 야당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완구의 대화의 정치는 야당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향했다. 26일 오후 세월호유가족대책위와 처음 대면해 "그간의 오해를 풀었다"는 이완구 원내대표는 27일 오후도 유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대화의 리더십을 두고 당내에서는 일단 호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당밖에서 '민생정치'에 주력하면서 간접적으로 세월호협상에 올인하도록 배려한 것도 이완구 리더십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재합의안 도출 직후, 당내 불만 여론에 대해 이완구 편들기에 가까울 정도로 협상을 잘 한 것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있어 여당이 무조건 밀어부칠 경우, 민심의 역풍이 일 것을 지도부가 잘 알고 있다"면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강경투쟁을 하는 야당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당내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