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기준금리 인상문제를 두고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인상 조기단행의 가능성이 없음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옐런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미국 중앙은행 연례회의인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초저금리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그는 "실업률 하나만으로 고용시장을 진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하면서 "혹독한 리세션의 여파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진행되면서 경제가 완전고용에 근접했는지를 판단하는 게 더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적절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향후 고용 및 물가상승률 정보를 긴밀하게 예의주시할 방침"이라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경기·고용 상황 등 여러 가지 기준에 달렸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양적완화(QE3) 프로그램은 예상대로 오는 10월 종료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한 구체적 힌트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옐런의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가 금리인상과 관련의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도 비둘기파적 색깔을 다소 덜어냈다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가펜 미국 경제 분석 책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옐런의 기본적인 경기 판단이 불변인 것으로 본다"면서도 "연준 정책의 무게 추가 갈수록 금리 인상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완연하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스트래티지스트 또한 "옐런 의장의 매우 균형잡힌 발언은 그가 자신의 비둘기파적 명성에 부합하는 발언을 예상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라면서 "아마도 가장 놀라운 것은 임금에 관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매파적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키프라이빗뱅크의 브루스 매케인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날 가장 중요한 점은 연준 내의 가장 비둘기파적 위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옐런 의장이 확실히 전보다 덜 비둘기파적이었다는 사실"이라면서 옐런 의장은 이제 "비둘기파적인 모습보다 인내심을 더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 또한 다음날 이어진 연준 경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추가 경기부양책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드라기는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유로존 각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책 위원회는 중장기적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는 기업들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서라도 비전통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언급한 비전통적인 방식이 미국식의 대규모 자산매입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그는 유럽연합(EU) 규정의 유연성 강화, 세율 인하, 정부 간 강력한 재정 협력,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그램에 대한 EU의 보장 등 각국 정부가 개선해야할 네 가지 재정 정책을 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의 발언에 대해 '완화 쪽으로 더 기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기 총재의 연설 이후 전문가들은 ECB가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이에 오는 9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차기 ECB 정례통화정책회의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타임스는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사람이 잭슨홀 회동에서 비둘기적 기조를 재확인함으로써 시장이 안도하는 모습이 완연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