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새 경제팀이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의 후속조치로 이달 말 재정비사업 규제 합리화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관리제는 지자체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에 전문가를 보내 사업을 관리하고 사업 추진비를 대출해주는 제도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조합장 선거까지 관리해 준다. 시공사들이 조합장과 결탁해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조례를 통해 의무화했다.
국토부가 서울시의 공공관리제 의무 적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택업계의 요청 때문이다. 주택업계는 그동안 서울시의 공공관리제 의무 적용 때문에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어지고 조합의 자금난으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그동안 주택업계 및 재정비 조합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측에선 주민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의 실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선택제는 곧 폐지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재건축·재개발뿐만 아니라 뉴타운의 대안 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공공관리제를 확대해 적용키로 했다.
또 공공관리제 도입 이후 오히려 시공사 선정이 빨라졌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 재건축 등 5개 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했고 현재 10곳에서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인구 서울시 재생지원과장은 "주택재정비사업 계획 수립 이전부터 시공사를 사실상 선정한 탓에 본계약시 공사비가 오르고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등 부작용이 있어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것"이라며 "도입 취지를 살려 투명성 제고라는 본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하는데 현재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업계 및 조합 측에서 공공관리제 의무 적용에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추진위 운영자금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관리제 도입 이전에는 주택재정비사업의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시공사의 자금을 지원받아 조합을 설립하고, 그 대가로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조합이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 대다수였다. 사업계획안이 수립되기 전에 사실상 시공사가 선정돼 공사비를 높게 책정해 조합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형태였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성이 낮아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도 시공사들이 선뜻 분양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오히려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아 공공이 관여해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정법이 개정될 경우 서울시가 현재 공공관리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조례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또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대형 브랜드 건설사들이 주택재정비사업을 독점하게 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기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면 조합원들의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브랜드 건설사들이 대부분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오히려 수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