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공동취재단)= "부탁합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십시오. 그들에게 다가가십시오. 그들이 형제적 가까움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로서의 가까움을 느끼게 해주십오. 멀리 있는 주교가 아닌, 그들의 삶 안에 가까이 계십시오. 굉장히 슬프지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제들이 만나기를 청했는데 주교님과 한 번도 대답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알현을 청하거든 오늘 당장 안된다고 여러 이유를 대면 안됩니다.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빠른 응답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사제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진 뒤 한 연설에서 "주교직 임무의 두 가지 중심 측면으로 기억의 지킴이와 희망의 지킴이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예정보다 늦은 오후 5시 56분에 강우일 주교,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강당 안으로 입장했다. 교황이 입장하자 주교단 등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천주교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환영사를 하고 교황이 연단에 섰다. 물을 한잔 마신후 교황은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교황은 "주교들이 사제들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매우 강조했다. "저는 여러분이 언제나 여러분의 사제들 곁에 머무를 것을 부탁합니다. 날마다 일하고 성덕을 추구하며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그들의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는 그들의 아낌없는 봉사에 감사를 드린다고, 저의 사랑에 넘치는 인사를 전해 주십시오."
이어 교황은 "한국 교회의 역사가 하느님의 말씀과 직접 만나 시작됐다는 것은 뜻이 깊다"며 "한국 교회는 그 순수함에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비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의 복음이 가져다 주는 희망, 순교자들을 감격시킨 그 희망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며 "물질적인 번영 속에서도 어떤 다른 것, 어떤 더 큰 것, 어떤 진정하고 충만한 것을 찾고 있는 세상에 이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노인들의 기억과 지혜와 경험, 그리고 젊은이들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희망의 지킴이가 될 수 있겠느냐"며 젊은이의 교육에 대한 배려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 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교종께서 이 땅에 하느님의 복을 기원해 주시고, 평화를 향한 아시아 여러 민족들의 크나큰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도록 풍성한 축복과 지혜를 나누어 주시기를 청원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남북 분단의 현실과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 등을 언급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 우리는 (교황) 성하 앞에 자랑하고 축하받기보다는 당신의 위로와 격려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백성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강 주교는 이어 "이 백성은 어느 때보다 같은 시민들 사이, 같은 민족 사이에 나눔과 화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동북아시아 전체가 민족들 간의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교황의 방한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