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100여 년 전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조선신궁을 건립하면서 훼손된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서울시 발굴조사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작년 6월부터 공동으로 실시한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과 관련한 발굴조사를 통해 189.3m 규모의 한양도성을 발굴하고 그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또한 여장을 쌓을 때 쓰는 각형전(角形塼)과 다양한 크기의 전돌을 포함한 4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추후 연구를 통해 정비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의 활용도 기대된다.
이번 3단계 사업에서 서울시가 발굴조사를 시행한 구간은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 총 448m이며 이 중 발굴된 189.3m의 한양도성 유구(遺構)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멸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각자성석 1점도 새롭게 확인했다. 새겨진 글자는 “柰字六百尺(내자육백척)”으로 이를 통해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구간은 한양도성 전체 97구간 중 60번째 ‘柰’字 구간임을 알게 됐다.
한양도성의 전체 규모는 18.627km로 축조 당시 백악마루를 시점으로 600척 간격마다 천자문의 ‘天’에서 ‘弔’까지 97자를 성곽에 새겨뒀다.
조선신궁 '배전' 건물터도 발견됐는데 이는 한양도성이 훼절된 1차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의 여러 건물 중 배전의 터가 가장 크다.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보존·정비 사업은 학술회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14년 설계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어 2015년에 공사에 착수한 뒤 2016년 완공할 예정이다.
시는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3단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수시로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오는 9월 12일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유산가치’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오백년 한양도성과 근·현대 역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발굴된 결과물을 보존해 역사도시 서울에 걸 맞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