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간 만남에서 어떤 메시지가 오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첫날인 1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청와대에서 공식 행사를 연 이후 교황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12억 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의 최고 지도자이자 ‘세계 평화의 메신저’로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외국 국가원수가 아닌 세계적 종교지도자로 각별히 예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중요한 행사이고, 단순히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가 방한해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그 준비와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한 뒤 “교황 방한이 국가적으로도 행운과 축복이 찾아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교황 방한 기간 동안 관계 부처를 통해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제공하고, 전용헬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대통령 경호실을 중심으로 한 경호·경비 활동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각 수석실은 정부 유관 부처와 함께 관련 행사 지원과 준비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머무는 닷새 간의 일정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인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설명한 뒤 남북한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앙의 자유로서의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또 광복절 하루 전임을 감안, 해마다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있는 점을 언급할 것으로 보이며, 교황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와 유가족들, 한국사회의 갈등치유를 위해 교황의 기도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데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교황이 어떤 행보와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한 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와 유족을 만나 위로한다. 이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 등이 초대됐다.
새누리당이 교황 방한 전에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마무리 지으려는 것도 교황 방한 행보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교황 방한이 한국 사회의 묵은 갈등의 숙제들이 공론화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면 국민 여론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권은 긴장감 속에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