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이전 부지 인수전이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 의사를 공식화 한 가운데 삼성과 2파전이 예상된다. 코엑스를 운영하는 한국무역협회도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인수전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장 12개 규모인 한전 본사 부지(7만9342㎡)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기준 2조73억원,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이다. 시세는 3조∼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의 대체지로 한전 본사 부지를 일찌감치 점찍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17일 한전이 부지 공개매각을 공식화 한 직후 인수 참여 의사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그룹 본사를 본떠 그룹의 관제탑 기능을 하면서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전 부지 인수에 성공하면 양재동 본사는 미래 자동차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센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는 주행시험장과 필요한 연구 시설만 남기고, 첨단 선행기술 R&D 기능을 양재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는 등 신중한 태도다.
강남구 서초동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중구 태평로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미 자리를 잡아 현대차그룹처럼 절박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의 과거 행보를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입찰 참여 여부와 기대효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근처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본사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제3의 인수 후보로 해외업체 및 한국무역협회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綠地集團), 세계적인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프랑스의 대형 건설업체 브이그 등이다.
또 삼성동에서 자회사인 코엑스를 통해 컨벤션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무역협회는 한전 본사 부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본사 부지를 포함해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무협의 의견이 반영된 만큼 명분도 있다는 것이다.
연내 본사 부지를 팔아 부채를 줄일 계획인 한전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는 최고가 일반경쟁 방식을 선택하고 인수대금의 1년 분납을 허용한 것은 특혜 시비를 없애는 동시에 땅값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여러 기업이 경쟁을 벌여야 가능한 일이다. 한전 부지의 40%가량을 시에 기부채납해야 하는 점도 인수 희망기업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매각 공고가 나면 응찰 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금액의 5%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등 인수에 수조원이 드는 만큼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매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