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신병교육 때 받은 재검에서도 정신과적 문제가 의심돼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그해 7월 부대에서 자살했다.
박씨 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최근 "여러 차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6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이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씨처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복무 기한을 채우지 못한 채 전역하는 군인이 매년 4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반 병사가 1만45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사관이 1699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6월 일어난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 임모 병장도, 최근 파문이 이는 윤모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도 모두 이들처럼 현역복무 부적합 대상으로 분류된 병사들이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박씨처럼 자살을 감행하거나 임 병장, 이 병장처럼 남을 공격하는 군대 내 '괴물'로 변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군 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도 지난해 3만8381건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3만253건이던 군 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는 2010년 3만2333건, 2011년 3만3067건, 2012년 3만6111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군대 내에서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군의관은 육·해·공군을 모두 합쳐도 85명에 불과했다.
서영교 의원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윤일병 사건이 발생하기 전 정책적,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