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결정적 사인은 구타"…구타로 의식 잃어 기도 막혀 병원 이송시 이미 사망"

2014-08-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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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에서 벌어진 윤일병 사망 사건의 결정적 사인은 '구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KBS 방송 캡처]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윤 일병이 사망한 결정적 이유는 '구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임병들의 구타로 인해 의식을 잃어 기도가 막혀 숨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최초 폭로한 군 인권센터는 7일 "윤 일병이 가해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고, 이어 의식 소실에 의한 기도 폐쇄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군 당국은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에 따른 뇌손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 윤 일병은 주범 이모 병장에게 머리를 수차례 맞은 뒤 갑자기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애원했고, 물을 마시러 가다가 주저앉아 오줌을 싼 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흔히 뇌진탕으로 부르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소견"이라며 "질식사라는 직접적인 사인 이전에 뇌손상에 의한 의식 소실이라는 선행 사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군 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의 구타 행위와 윤 일병의 사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만큼 군 검찰관은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 인권센터는 또 가해자들이 평소 기본인명구조술을 익히고 있었는데도 기도 폐쇄 환자에게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구조술인 '하임리히법'을 윤 일병에게 시행하지 않은 경위를 추가 수사해 공소장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일병의 사망 시점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군 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지난 4월 6일 가해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윤 일병은 연천군보건의료원 내원 당시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 즉 의학적으로 DOA라고 불리는 사망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검찰관이 이런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가해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윤 일병에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죄 성립이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군 인권센터는 윤 일병에 대한 국방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감정서도 함께 공개했다.

감정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이뤄진 부검 결과 윤 일병의 왼쪽 옆구리와 등에 가로 12㎝, 세로 8㎝ 크기의 커다란 멍이 발견됐다.

코끝과 윗입술에는 작은 멍이, 뇌에서는 가로 5㎝, 세로 2㎝ 정도의 멍과 부종이 관찰됐다. 갈비뼈 일부는 골절돼 있었고, 비장에는 열상이 있었다.

이 밖에 주범인 이 병장이 윤 일병이 사망하길 바랐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추가로 공개됐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목격자인 김모 일병은 4월 6일 밤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이 병장으로부터 "뇌사상태가 이어져서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맞추자"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군 인권센터는 이를 근거로 가해자들의 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진술들이 존재하는데도 헌병대와 군 검찰이 이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며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가해자들에게 강제추행의 여죄와 불법성매매, 절도 혐의가 있는데도 군 검찰관이 이를 공소사실에서 누락시켰다며 전면 재수사와 함께 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및 보직해임을 요구했다.

군 인권센터는 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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