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수사도 '부실'

2014-08-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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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방송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이 사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고 사후에도 부실 수사를 벌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7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주범 이모(25) 병장의 2012년 9월 14일 자 복무적합도 검사 결과표를 보면 이 병장은 개인사 비행경험 부분에서 학창시절 비행경험 란에 '주위 사람들은 내가 군대에서 사고를 칠까 봐 걱정한다',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학창시절 반이나 동아리에서 싸움을 자주 일으켰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해 1월 29일 이뤄진 이 병장의 적성적응도 검사표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화나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내적 우울감과 좌절감이 상승해 있고 군 생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기술돼 있다.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도 불쑥 화를 표출하거나 폭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 병사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 병장이 '법적/훈방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적은 기록도 있다.

이 같은 기록만 주의 깊게 보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윤 일병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대대장 등 이 기록을 공유하고 지휘체계 선상에 있는 지휘관들이 직무유기를 저지른 것"이라며 "면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 지휘부는 윤 일병이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수차례 면담을 진행했음에도 가혹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있는 한민구 국방장관.[사진= 국방부]

이미 집단 폭행이 이뤄지던 시점인 3월 중순께 윤 일병을 면담한 기록에는 "구타 가혹 행위와 내부 부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 '많이 피곤해 보이고 지친 표정을 하지만 나름 할 만하고 좀 더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것이 전부였다.

군은 같은 부대 병사로부터 윤 일병의 집단구타 사실을 제보받은 뒤에도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모 상병은 사건 당일 흡연장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인 지모(20) 상병을 만나 윤 일병이 집단구타를 당하다 기도가 막혀 병원에 실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대로 말하라는 설득에도 지 상병이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나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이 병장에게 맞아 죽을 수 있다"며 거부하자, 김 상병은 본부 포대장인 김모 중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제보했다.

그러나 정작 김 중위는 제보를 받고 나서 9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에야 지휘통제실에 사건을 지휘 보고해 가해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헌병대와 검찰관은 이후 수사에서조차 허술함을 드러냈다.

군인권센터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사건 당일 윤 일병이 국군양주병원에 이송됐을 때 군의관이 타박상흔 등을 보고 동행한 인솔 간부에게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아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대답을 한 사람이 가해자일 경우 명백한 범죄은닉 행위가 될 수 있음에도 군 수사당국은 이 내용을 조사하지 않았다.

또 윤 일병 가족이 다섯 번의 헌병대 수사보고가 있을 때마다 "목격자인 김 병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접촉을 시도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일병이 숨진 다음 날 가족들이 "가해자들이 때려죽여 놓고 질식사처럼 위장, 은폐한 것 아니냐"고 따졌을 때 헌병대장과 수사팀장은 절대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으며, 가족의 현장검증 참여도 부당하게 막았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군 당국이 애초부터 목격자인 김 일병과 윤 일병 가족의 만남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방해했고 허위보고까지 했다"며 "보강수사 차원이 아니라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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