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민심은 정권 심판론이 아닌 ‘국정 안정론’과 ‘경제 활성화’를 택했다.
30일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 지역을 비롯해 총 11곳에서 승리했다. ‘재·보선=여권의 무덤’ 공식이 빗나간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야권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박근혜의 남자’인 이정현 후보가 ‘노무현의 남자’인 서갑원 후보를 제압, 이번 선거 최대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정현 후보의 지역 일꾼론 프레임이 정권 심판론을 제압한 것이다.
동작을에서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치열한 접전 끝에 49.9%(3만8311표)로,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48.7%(3만7382표) 꺾음에 따라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당초 출마 자체를 꺼렸던 나 후보가 재·보선 판에 등장하면서 새누리당 압승의 모멘텀을 형성, 향후 ‘포스트 박근혜’의 위용을 떨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안정권이었던 △대전 대적(정용기) △충남 서산·태안(김제식) △충북 충주(이종배) 등 충청권 3곳과 △울산 남구을(박맹우) △부산 해운대·기장갑(배덕광) 등에서는 무난한 승리를 낚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낙마 등 인사 참극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민심의 심리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차 하반기 국정운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민심을 등에 업은 새누리당은 향후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는 등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템포와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차 목표인 과반 체제 확보는 물론 158석의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권 심판론’과 ‘이명박근혜’ 프레임으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범야권은 수도권에서 1석(수원 정)을 건지는 데 그치면서 참패를 당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택했던 민심이 정부여당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야권은 수도권 6곳 가운데 수원 정(박광온)에서만 이기면서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선거 막판 야권 연대로 범 진보진영의 결집을 꾀했지만, 민심은 ‘반대 프레임’만 일삼는 야권에 혹평을 내렸다.
야권 단일화로 선거 막판 ‘굿바이 역전 히트’를 노렸으나, 새누리당 조직력과 보수표가 결집되면서 연대 전략이 무력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킨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면서 새정치연합이 격랑 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재·보선 이후 새정치연합 내부에 ‘진보 대 중도’의 노선 갈등과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