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 검찰 수사 3개월동안…'결정적 실수' 3차례

2014-07-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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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기업회장 믿고 도피 가능성 예측 못해 수사 초기 경찰과의 공조 미흡

수사 장기화 초래 40일전 유씨 변사체 발견…검경 결정적 초동수사 부실

[[유병언]]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를 벌인 3개월 간 검찰은 3차례나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도피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이후 유병언씨의 은신처를 추적하며 뒤꽁무니만 쫓았다. 또한 유병언씨의 도피 초기 검·경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엇박자를 내 수사 장기화를 초래했다. 순천 송치재 근처의 검문에만 열을 올린 채 40일전 발견된 시신을 소홀히 생각해 수사력을 낭비했다.
◆ 유병언씨의 도피가능성 낮게 생각해

22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유병언씨 일가가 국내·외에 4천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도 청해진해운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참사 나흘 째인 4월 20일 검찰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유병언씨 일가와 측근의 경영 비리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초기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직원들과 유병언씨 계열사의 핵심 측근을 잇따라 구속하면서 수사를 진행했다.

구속된 측근만 해도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이재영(62) ㈜아해 대표 등 총 8명이며 이후 유병언 일가로 방향을 잡았다.

검찰은 5월 중순까지도 유병언씨가 금수원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미 유병언씨는 4월 23일 새벽 금수원을 빠져나와 신도 집 2곳을 거쳐 5월 3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으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기업의 회장이자 종교 지도자인 유병언씨가 사회적 체면을 고려해 순순히 검찰 소환에 응할것이라 생각했고 오판으로 드러났다.

그사이 유병언씨는 측근들을 불러 모아 대책회의를 연 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조직적인 비호를 받으며 두 달 가까이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검찰은 유병언씨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사실을 20여 일 지난 뒤인 5월 17∼18일께야 파악했다.


◆수사 초기 경찰과의 공조 미흡…수사 장기화 초래

검찰은 5월 22일 유병언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검거팀을 순천으로 급파했다.순천 현지에서 유병언씨를 돕던 구원파 신도 추모(60·구속 기소)씨의 존재도 확인했다.

검찰은 같은 달 24~25일 이틀 간 조력자 4명을 검거하고 조력자 중 한명의 진술을 확보해 25일 밤 유병언씨 은신처 '숲속의 추억'을 덮쳤다. 하지만 유병언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조력자 추씨 등의 체포로 포위망이 좁혀진 것을 눈치 챈 유병언씨는 이미 정보를 받고 사라진 뒤였다. 검찰은 당시 체포 작전을 시작하며 지역 사정에 밝은 순천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유병언씨를 코 앞에서 놓친 검찰은 뒤늦게 6월 3일 경찰에 수사 협조를 구하고 경찰 총괄 TF를 구성했다. 이후 유병언씨 검거에 경찰관 특진까지 내걸고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다.

검사 15명과 검찰 인력 110명, 전담 경찰관 2600명이 동원돼 수색과 검문검색을 벌였다. 해경 2100명과 함정 60척도 유병언씨의 밀항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투입됐다.

그러나 정작 유병언씨의 신병은 확보치 못하고 조력자 몇 명만 검거하는데 그쳤다. 검찰이 수사 초기에 경찰과 공조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결국 수사는 장기화됐고 유병언씨는 숨진 채 발견돼 작전실패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40일 전 유병언씨 변사체 발견…초동 수사 허점

경찰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께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로부터 2.5km가량 떨어진 한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구를 수습했다.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는 'ASA 스쿠알렌' 빈병과 유병언씨의 책 제목이 안쪽에 새겨진 가방 등 유병언씨와의 관련성이 있는 유류품 목록을 보고받고도 단순 노숙인의 변사로 판단, 대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40일 넘게 엉뚱한 방식으로 수사력을 낭비했다.

검찰은 이미 사망한 유병언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하며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수사력의 신뢰에 금이 갔다. 유병언씨의 시신을 수습한 경찰도 유류품의 보고를 안이하게 대처해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 변사 사건에 대한 부검 영장은 일선에서 하루에 수십 건씩 나간다"면서 "신문 볼 시간도 없는 변사 담당 검사가 변사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류품만 보고 유병언씨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항변 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뒤늦었다고 지적하지만 그때 부검 지휘라도 했기 때문에 (유병언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검·경은 별장 인근에서 발견된 유병언씨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한 달 넘게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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