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3000억원대 피살 재력가'의 일명 '뇌물 장부'가 정관계 인사를 직접적으로 겨누고 있다.
당장 10여 차례에 걸쳐 이름이 적힌 수도권의 현직 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을 앞뒀고, '검은 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점차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검찰청(감찰본부)은 앞서 청부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에 관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송씨의 매일 기록부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받았다.
이 기록부에는 해당 검사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장, 구청장, 경찰 등 각계 공무원들의 이름과 관련 내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름이 적힌 인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돈을 받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송씨가 숨진 만큼 로비 장부의 사실성 및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수사 당국은 장부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돈이 건네진 흔적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금품수수 여부를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대가성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조만간 A검사에 대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벌일 방침이다. 기초 조사를 마친 후에는 A검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로비 장부를 정밀 조사하기 위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일부 공소시효가 남은 것에 대해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남부지검은 그간 재력가 청부살해 수사 결과를 이르면 오는 21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 막바지를 준비 중인 검찰은 김 의원의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살인을 실행한 팽모(44)씨가 범죄 사실을 경찰에서 자백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진술을 번복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과 팽씨가 주고받은 문자나 통화 내역 등 직간접적인 증거와 정황으로도 재판부 설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반면 김 의원은 빌린 돈이 기록된 차용증 자체를 부정하고, 아버지와 같은 송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구속 시한을 한 차례 연장하며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따졌다. 이틀 뒤면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시한이 만료,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