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노경조 기자 =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뿐만 아니라 실거래가도 오르고 있다. 19일 주민총회를 앞두고 열흘 만에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랐다. 잠실주공 5단지는 워낙 사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이슈에 즉각 반응을 보이는 곳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N중개업소 관계자)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DTI·LTV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곳은 순풍에 돛 단 듯 상승세를 타고 있고 그동안 추가분담금 문제 등으로 침체됐던 곳은 저가 매물을 노리는 매수세가 붙고 있다.
잠실동 R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동 주공5단지 76㎡(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열흘 전만 해도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는 11억3000만~11억5000만원 정도"라며 "재건축 사업이 순조로운데다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따른 기대감으로 매매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역시 호가가 한달새 5000만원 가량 뛰었다. 72㎡의 경우 11억5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84㎡의 경우 17억8000만~19억원에서 18억~1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다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는 올리고 있지만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높다 보니 매수세가 쉽게 붙진 않는다"며 "DTI·LTV가 완화되면 실거래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경우 다소 잠잠한 분위기다. 개포동 주공2단지 25㎡의 경우 분담금 상향조정 등으로 연초 4억3000만원에서 현재 4억1000만~4억1500만원으로 떨어진 이후 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주공1단지 50㎡의 경우 호가가 1000만원 가량 오른 8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개포공인 관계자는 "주공1단지 50㎡의 경우 2·3단지가 주춤한 사이 반사이익을 얻어 문의가 늘었다"며 "연초 상승세가 임대소득 과세 이후 꺾였지만 다시 최근 규제완화 기조에 따라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재건축 결의 취소 판결을 받은 가락동 시영의 경우 추가 분담금 문제까지 겹쳐 면적별로 1000만원 가량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락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소폭 올리고 있지만 아직 매수세는 저가 매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26 대책에 따른 임대과세 폭탄을 맞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려면 규제완화 방침이 현실화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DTI·LTV 완화와 임대소득 과세 완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어 시장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본격 반등하려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국회 입법과정 등 후속 조치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