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SBS에 편성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신의 선물-14일’ ‘닥터 이방인’ ‘별에서 온 그대’ ‘쓰리데이즈’ ‘너희들은 포위됐다’ ‘엔젤 아이즈’ 등 가정에 대한 이야기나 판타지, 장르물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유혹’(극본 한지훈·연출 박영수)이 편성됐다는 소식에 의아했다. ‘거부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란 슬로건을 걸고 ‘유혹받지 않은 사랑은 아직 사랑이 아니다’라며 막장 냄새가 나는 드라마를 월화에 배치했다.
1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유혹’에서 권상우는 아내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차석훈 역으로 분했다.
마침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홍콩에 도착했지만 석훈이 맞닥뜨린 것은 선배의 자살과 그가 남긴 유품. 눈앞이 캄캄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석훈과 홍주는 선배가 남긴 3000달러로 홍콩 여행을 감행하며 어쩌면 마지막 일수도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홍주는 세영(최지우)에 의해 구사일생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석훈과 세영의 살뜰한 부부애를 목격한 세영이 “사흘에 10억, 차석훈 씨의 시간을 사겠다”며 위험한 제안을 해왔다.
부, 외모, 학벌, 집안 모든 것을 가진 강민우 역을 맡은 이정진은 자유분방한 모습부터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까지 전혀 다른 양면의 매력을 발산했다.
강민우는 셋째 딸을 출산한 아내와 자신의 어머니 사이의 고부갈등에 지쳐 출장을 핑계 삼아 홀연히 홍콩으로 떠났다. 호텔에서 우연히 과거의 인연이었던 유세영(최지우)을 만난 민우는 호텔 라운지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이성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세영에게 “내가 유대표를 유혹하지 못한 게 아니야”라며 “더 이상 가까이 갔다간 내가 삭막해질까 봐 도망갔었다”고 농담을 건냈다.
그런가 하면 민우는 과거에 자신이 사랑했었던 여인 제니(페이)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녀를 처음 만났던 장소에 찾아가는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4개월 전 세상을 떠난 제니와의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우는 아들을 찾아가 한국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 다 해주려고 하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반전매력을 선보였다.
‘유혹’ 1회는 삶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간에 대한 끝없는 믿음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모두가 선배를 의심하는 상황에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그런 선배가 결국 모든 짐을 떠맡긴 채 세상을 떠났음에도 슬픔을 토해내며 오열하는는 권상우의 모습과 자신의 혼외자식을 품은 이정진의 연기는 ‘믿음’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과연 ‘유혹’이 겉포장처럼 불륜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일지, 아니면 막장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다른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