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애들이 네 살? 한창 예쁠 때네요.”(도현정 세종지점 리스크 컨설턴트), “거긴 아기 어디에 맡겨요? 시어머니가? 부럽네요.”(서애나 부동산관리파트 주임), “초등학생이면 다 키웠네요. 우리 애들은 언제 크나.”(김경화 상품서비스파트 주임)
각자의 위치에서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삼성화재 워킹맘 3인방이 최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처음 만나 나눈 대화다.
결혼 12년차 김경화, 6년차 서애나 주임은 각각 4살 쌍둥이 딸,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직장에서의 일과를 마친 뒤에도 가정이라는 일터로 향해야 하는 워킹맘의 길을 선택한 이후 평범했던 이들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전쟁이 됐다.
김 주임은 “저녁에 8시가 넘어서 집에 오는데 애들 씻기고 밥 먹이면 그대로 쭉 뻗는다”며 “새벽에 일어나 전날에 못한 집안일을 하고 애들을 씻겨 옷 갈아입히다 보면 출근 준비할 시간이 없다. 씻고 나오는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서 주임 역시 “아침마다 전쟁이다. 화장할 시간도 없다”며 “애가 여섯 살이다 보니 둘째 안 갖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 아직 엄두가 안 난다”고 전했다.
여자로서의 삶 대신 일하는 엄마로서의 삶에 쫓기다 보니 속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김 주임은 “며칠 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청소를 하려고 했더니 쌍둥이들이 같이 일어나 칭얼대 청소도 못하고 다독이는데 평소 몇 시간 못 자는 남편이 잠 좀 자자며 짜증을 내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서 주임도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는 단 30분도 없다 보니 가끔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회사에서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애까지 칭얼대면 정말 폭발할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직장 일에 충실하느라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소홀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미안할 때도 많다.
도 RC는 “일 역시 가정 못지않게 중요한데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엄마들에 비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 마음에 걸린다”며 “애들이 어릴 때는 어린이집에 제일 일찍 애를 맡기고, 제일 늦게 찾아갔는데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버린 애를 보면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새 부쩍 자란 아이들을 볼 때면 다른 주부들 보다 두 배 큰 보람에 힘들다는 생각도 잠깐 잊는다.
김 주임은 “아이가 나날이 밝고 예쁘게 커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최근에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던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는데 ‘엄마 거짓말 하지 않고 맛난 것도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4살짜리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어 놀랐다”고 얘기했다.
일과 가정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을 수 없다는 워킹맘들은 훗날 내 딸의 롤모델이 되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내일도 구슬땀을 흘릴 생각이다.
서 주임은 “매일 잠들기 전 ‘오늘 하루도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잘하고 있어 서애나’라고 스스로 토닥이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가 말썽 없이, 남편도 요즘처럼만 도와준다면 만족한다”며 “집과 회사에서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주임은 “출산 준비와 육아로 3년 정도 휴직했는데 복귀해보니 동기 중에 자리를 잡고 역량을 발휘하는 친구도 있었다. 쌍둥이만 잘 커준다면 길게 보고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라며 “딸들이 자라서 워킹맘이 됐을 때 롤모델로 삼을 만한 본보기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워킹맘으로 살아온 엄마를 존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