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8%로 낮췄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0.2%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한은이 종전의 경기 판단을 바꿨다는 뜻이다. 지난 4월 성장률 발표 당시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히 지속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이주열 총재는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경기 판단을 유보했다.
이날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길게 가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전 전망 당시에 비해 경기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4월 중순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여파,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5월 중 광공업생산은 전기 대비 2.7%,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1.4%와 6.0% 각각 감소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은 5월 들어 1.4%와 0.6% 각각 증가했지만 전월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6월 중 수출은 전년 동월과 견줘 2.5% 증가했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7% 상승했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묶어둔 것은 경기 회복세의 기조적 흐름과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적정금리 수준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경제성장률을 3.8%르 낮췄으나 수준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급락세를 보이는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만 해도 1015~1017원 선에 머물렀지만 지난 4일 1008원까지 내려앉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글로벌 달러자금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데 따른 결과다. 심리적 저지선인 1010원대가 뚫린 데 이어 하반기 중 1000원 선도 붕괴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원화값 상승은 국내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로 가는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환율 변동에 금리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향후 성장 경로상에서 상하방 리스크를 평가해 보면 현재로선 아래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경제 부진의 우려가 예전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과 정책 공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총재는 이날 "정책 공조의 첫걸음은 정부와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간극을 줄여나가는 쌍방의 노력"이라며 "각 기관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날 금리를 묶었지만 명확한 경기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성장률 전망치까지 내려잡았다. 이에 추후 금리 인하를 위한 시그널(신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결정을 두고 한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4.6%가 이달 기준금리에 대해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