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 4월 죽은 돼지 사체로 '진짜같은 돼지 조각'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한효석 작가가 이번엔 누드 조각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얼굴을 한껍질 벗기면 모두가 같다'는 작가의 '고깃 덩어리같은 초상' 그림보다 충격은 덜 하지만 이번 누드 작품도 적나라하다. 인체를 그대로 캐스팅해 피부 질감은 물론 남여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 평택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번 전시는 '기형'(anomalies)-모순이라는 의미'가 주제다.
아버지가 키우는 돼지 농장이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었고, 어릴적 그는 미군기지에서 뛰어놀았다. 작가는 사이에서 '자본주의의 착취'를 보고 느꼈다. 흑인과 백인, 미국과 한국, 법과 권력의 사이에서 성장하며 평화보다 분노감과 모순을 먼저 알았다.
끔직하게 적나라한 그의 작품은 그가 겪고 자란 현실이다. 차마 마주할수 없는 불평등한 고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최근 용산미군기지, 동두천미군기지등이 평택으로 이전이 결정되면서 정부와 평택주민들과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작가는 토지가 강제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평택주민들이 반발하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보다 시간을 끌며 사태의 충격을 은폐하는 정부, 원주민의 고통은 안중에 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안에서의 목소리에만 열중하는 또 다른 단체의 이기적인 작태를 목격했다고 했다.
고향인 평택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작가는 정부도 민간단체도 언론도 원주민이 겪는 고통(개인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체험했다.
이번 전시는 ‘개인과 국가의 사회적 기형(Social anomalies)’을 드러낸다. 법과 권력의 체계 내에서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들, 생명을 가졌으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의 상처, 외상(trauma)과의 마주침이다.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 진실을 덮어버리는 기관들(시스템).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작가는 화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의명분으로 위장된 진실은 추악한 거짓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동물의 세계와 지금 우리 사회(인간)는 무엇이 다를까?’"라고.
작가는 일그러지고 기형적이고 흉측하게 그을린 생명들의 본질, 돼지와 사람이 함께 뒹구는 그 맨 살덩어리를 통해 ‘휴머니티’를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 인종과 위계의 한계를 넘어서서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것"을. 전시는 10일까지.(031)8024-5410
개인전 8회. 2014 대만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단체전에 초대됐다. 1999년 중앙미술대전, 2003년 송은미술대상,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에서 수상. 2012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로 선정.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구상미술관, 국립전라북도교육박물관, 제일병원, 인천공항월드게이트빌딩, 삼성물산 등과 독일, 미국, 일본 등의 개인 소장가들에 의해 컬렉션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