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외면? 배당이 답이야

2014-06-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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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해외 주요증시는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코스피는 3년 가까이 2050~2100선을 오르내리는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 비중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개인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50대 이상 주식 투자자 이탈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박스권 돌파를 위해서는 기업이익이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부진과 원화강세로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배당이다. 국내 기업 유보율은 88.6%에 이른다. 세계 평균인 50~60% 대비 차이가 너무 크다. 국내 기업은 연간 배당수익률이 1.1%로 그리스를 빼면 가장 낮다. 미국(1.9%)이나 독일(2.7%), 일본(1.6%)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주요 신흥국조차 우리나라보다 높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배당할 수 있는 자산은 많은데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배당을 제대로 하는지 보려면 유보율뿐 아니라 이익 규모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이익을 배당 규모로 나눈 배당성향도 세계 최하위권이기는 마찬가지다. 많이 벌면 많이 배당하고 적게 벌면 적게 배당해야 한다.

시중금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배당은 더 초라해진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배당수익률이 1.6% 수준이다. 이를 국채금리와 비교한 국채수익률 대비 배당수익률은 13.4배에 달한다. 한국은 0.4배에 불과하다.

어떤 잣대로 봐도 국내 배당은 문제가 많다. 시중금리가 주요국보다 높지만, 배당은 이를 못 쫓는다. 해외 투자자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서 초과 유보자금에 대한 과세안을 내놓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 투자는 늘리지 않으면서 회사에 돈을 쌓는다면 이에 비례해 배당 소득세 회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 대만은 사내유보금에 10~20%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1년까지는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해 과세했었다.

배당을 늘리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쌓인 돈이 줄어들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좋아진다. 기업 기초요건(펀더멘탈)에 해당하는 ROE를 중시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일 이유가 분명해진다.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월지급식 펀드를 비롯한 배당을 이용한 상품도 만들 수 있다. 

배당성향을 높이면 떴났던 개인 투자자도 증시로 돌아올 것이다. 배당 수익이나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직접 투자자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펀드로 자금을 관리하는 간접 투자자도 끌어들일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각광받을 상품은 월지급식 펀드 같은 상품이다. 노후에 꼭 필요한 생활비를 달마다 꾸준히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노령화를 먼저 겪었다. 월지급식 펀드가 꾸준히 성장한 이유다.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일본에서 월지급식 펀드 규모는 37조 엔(약 37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9% 이상이 일본 주식(4.2%), 해외 주식(5.0%)에 나뉘어 투자되고 있다. 모두 배당과 연계돼 있는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월지급식 펀드 규모가 일본 대비 약 200분의 1 수준인 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주식 비중 역시 1%에도 못 미친다.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고배당펀드를 비롯한 연관 상품도 늘어난다. 직접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보다 장기 보유가 유리해질 것이다. 건전한 투자문화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간헐적으로 내놓는 펀드 세제혜택보다 배당제고와 이를 통한 고배당펀드 도입이 효과적이다.

배당만으로 수십년간 쌓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국내 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1.0배다. 주가가 순자산가치, 즉 청산가치 수준에 머물 만큼 싸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마찬가지다. PER은 현재 9배로 이 역시 해외 증시 대비 크게 저평가돼 있다. 주가가 청산가치에 근접한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와 시장 규모가 비슷한 대만은 2000년대 들어 배당을 늘리면서 주가도 크게 올랐다. 반면 우리는 되레 배당을 줄이는 바람에 외국인 투자자가 외면하게 됐다.

증시가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지수가 꾸준히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이익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배당 같은 장기 상승동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3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고, 투자자 이탈을 막으려면 반드시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도 기업에서 배당을 늘릴 수 있도록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 더 많은 투자자를 불러들여 선순환 사이클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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