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최 내정자가 청문회를 준비 중인 금융감독연수원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일부 국장들은 모든 업무보고를 본인이 직접 최 내정자에게 보고하며 눈도장 찍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 체제의 2기 경제팀은 대규모 실·국장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현오석 부총리 출범 후 이렇다 할 이동이 없었던 만큼 하반기에 대폭 물갈이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기재부 직원들이 최 내정자 취임 후 하반기 인사에 내심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해외에 파견된 주재관들도 이번 하반기 인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 부총리 때 한명도 한국땅을 밟지 못한 국장급 이상 해외파들이 새로 포진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미국의 한 주재관은 2년째 정부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내심 인사를 기다렸지만 인력 포화상태인 기재부는 더 기다리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한 해외 주재관은 “예전에는 해외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 당연히 좋은 보직을 받았는데 이제 눈에서 벗어나면 돌아갈 수 없는 유배지가 됐다”며 “부총리가 바뀌는 하반기가 2년 이상 장수 해외 주재관들이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재부 안팎에서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 내정자 스타일상 추진력이 강하고 경제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히 실·국장에 일부 업무의 전권을 줘 정책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최 내정자는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에도 정책 수립 후 추진과정을 담당 실·국장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권한과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지경부 장관으로서 따낸 400억 달러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프로젝트 역시 실무진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얻은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하반기 인사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는 몇몇 부서 실·국장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며 최종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기재부 한 고위 공무원은 “그동안 여러 가지로 바빠서 얼굴도 보기 어려웠는데 1기 경제팀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부하직원들과 자주 식사 자리를 하고 싶다”며 “2기 경제팀이 원활히 경제정책을 이끌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