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지난 5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의 개인 정보 삭제와 관련한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에서도 이른바 ‘잊혀질 권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잊혀질 권리’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잊혀질 권리’의 제한적 실체가 입증된 것일 뿐,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여전히 ‘잊혀질 권리’는 더 많은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스페인 거주자인 곤잘레스는 1998년에 게재된 2편의 신문 기사에 사회보장채무의 집행을 위한 압류 소송과 관련한 부동산 경매와 연계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며 이에 대한 삭제를 해당 신문사와 구글 스페인, 구글 본사를 상대로 스페인정보보호원에 청원을 제기했다.
곤잘레스가 내세운 삭제 근거는 해당 내용이 완전히 해결됐으며 현재의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정보보호원은 이에 대해 구글과 구글 스페인이 해당 정보의 검색 노출 결과를 삭제할 것을 명령했으며 지난 5월 13일, 위 판결에 대한 후속 판단인 유럽사법재판소 결정에서도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잊혀질 권리’는 단숨에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잊혀질 권리’의 절대적인 우위를 인정한 것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곤잘레스 사건’에서 삭제가 거론된 개인정보는 판결 시점인 2014년을 기준으로 16년이 지난 ‘오래된’ 정보에 불과하다. 특히 유럽사법재판소 결정으로 확정된 것은 구글과 구글 스페인이 검색엔진의 운영자로서 해당 기사의 검색 삭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이며 스페인 신문사가 게재한 기사 자체는 삭제 대상에서 배제됐다. 개인의 ‘잊혀질 권리’가 모든 정보 노출 형태에 적용된다는 확대 해석이 어려운 이유다.
지난 9일 진행된 오픈넷 포럼 ‘인터넷의 자유와 개인정보보호 – 최근 유럽사법재판소의 검색서비스 링크 삭제 판결을 중심으로’에 참석한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최경진 교수는 역시 “이번 판결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지만 여전히 절대적 권리와는 거리가 멀며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며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압도하는 권리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잊혀질 권리’에 대한 ‘확정’이 아닌 ‘시작’으로 인식,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