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가 특정 대상을 지정한 '선별적 자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적용범위 확대를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 및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전면적 지준율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고 지준율 인하 적용범위 확대를 통한 실물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로, 지준율 인하는 일종의 유동성 지원을 통한 경제부양 조치다.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 정부는 일부 농촌 소재 은행으로 제한됐던 지준율 인하 적용범위를 다른 은행으로 확대해 ‘삼농(三農 농민ㆍ농촌ㆍ농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단, 지준율 인하폭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앙재경대학 궈톈융(郭田勇) 금융학과 교수는 "국무원이 구체적인 지준율 인하폭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이 앞으로 대상에 따라 차등 적용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지준율 인하폭을 0.5~1%포인트로 전망했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쭝량(宗良) 부소장은 "현재 중국의 저축총액은 약 100조 위안이고, 만약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면 시중에 5000억 위안의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번 소규모 기업을 위한 지준율 인하로 약 1000억 위안 이상이 시중에 풀리게 되고 여기에 지난 4월 현(縣)급 농촌 지역은행들에 대한 지준율 인하까지 더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은 총 30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4월 처음으로 대상별로 차별화된 '선별적 지급률 인하' 결정을 밝히고, 현(懸)급 지방의 농촌상업은행과 농촌합작은행(신용협동조합)의 지준율을 각각 2.0%포인트와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가 지방 농촌소재 은행에 한해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것은 경제부문의 취약고리인 삼농 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지준율 인하로 인해 늘어난 시중 자금이 부동산 등 다른 분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 적용범위 확대 조치에 일각에서는 전면적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리커창 총리가 "적절한 때 적절한 강도로 선제적인 미세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하자 중국이 은행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준율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전면적 지준율 인하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이번 제한적 지준율 인하 적용범위 확대방침은 전면적 지준율 인하 조치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우샤오링(吳曉靈) 전임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준율 조정은 단순히 시중 유동성 확대 혹은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환평형기금의 규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금융당국이 섣불리 전면적 지준율 인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루 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통화정책은 이미 미세조정에 들어간 상태"라면서 "리 총리의 발언은 전면적 지준율 인하나 금리 인하와 같은 좀 더 공격적인 조치를 시사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전문가들과 시장 의견에 따르면 이번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6월 중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